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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우리 집 뒷집에는 70대 중후반의 부부가 산다. 나는 5살 때 같은 동네 안에서 한 번 이사한 것 빼고는 서른 가까이 쭉 이 집에서 살았다. 그때부터 이웃이었다. 뒷집 부부를 친근함을 실어 늘 존재하는 '뒷집'이라고 부른다. 혹은 뒷집 할머니네. 어릴 때는 어른들의 삶에 자세히 관심이 없었다. 근데 나는 어느 날부턴가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파악해보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스무 살 중반이 지나서 세상이 마음대로 안 돼가는 걸 느낄 때쯤 사람과 사회를 알고 싶었나 보다. 뒷집 부부는 여름에는 내방 창문 너머에 조그만 하우스와 텃밭에서 열일을 한다. 뒷집 할아버지는 내가 방 창문으로 몰래 관찰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가끔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했다. 가령, 자기네 덩치 큰 믹스견을 목줄에 매달고 ..
일상의 철학
2016. 9. 1. 18:45
오래된 연필은 심이 잘 부러진다. 깎다 보면 이미 그 속에서 부러진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그리고는 점점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럼 난 그 반대편으로 균형을 이뤄 글씨를 이어나간다. 이 연필도 늙고 몸이 성하지 못해도 많은 날 보람 있게 쓰이고 싶을 텐데. 그래야 자기 딸린 식구나 후손들도 그 연필이 좋다며 누군가의 손에 취직할 텐데. 태어난 지는 오래됐지만, 연필의 진정한 가치는 쓰임에서 시작된다. 첫 제 살을 깎아 검은 족적으로 세상을 휘갈기기 시작할 때, 우린 연필의 마음을 공감해야 하고 고마워해야 한다. 고로, 연필의 정년을, 몽당연필에서 더는 깎기 미안할 때까지 보장해줘야 한다. 이제 쉬세요. 4B 할배.
일상의 철학
2014. 5. 21. 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