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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연필은 심이 잘 부러진다. 깎다 보면 이미 그 속에서 부러진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그리고는 점점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럼 난 그 반대편으로 균형을 이뤄 글씨를 이어나간다.
이 연필도 늙고 몸이 성하지 못해도 많은 날 보람 있게 쓰이고 싶을 텐데. 그래야 자기 딸린 식구나 후손들도 그 연필이 좋다며 누군가의 손에 취직할 텐데.
태어난 지는 오래됐지만, 연필의 진정한 가치는 쓰임에서 시작된다. 첫 제 살을 깎아 검은 족적으로 세상을 휘갈기기 시작할 때, 우린 연필의 마음을 공감해야 하고 고마워해야 한다.
고로, 연필의 정년을, 몽당연필에서 더는 깎기 미안할 때까지 보장해줘야 한다.
이제 쉬세요. 4B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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