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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철학

두려운 젊은 날, 선택 장애..

온화수 2014. 7. 4. 16:08

며칠 전에 의정부에 있는 바에 일을 하고 싶어 면접을 보러 갔었다. 이제는 어리지 많은 않은 27살에, 아무리 건전한 바라도, 주변에서 다들 말리니, 하고 싶었음에도 겁이 났다. 바텐더가 되고 싶다기보다, 좋아하는 흑인 가수들이 나오는 영상이나 주제로 한 영화를 보면서, 그 안의 분위기 있는 바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바에서 일하고 싶다. 나중에 근사한 바 차리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들었다.


신통치 않은 대학교를 나오고, 그 안에서도 나는 분위기에 잘 휩쓸렸다. 내 성격의 장점이자 단점이 주변 분위기에 변화가 빠르다는 거다. 좋은 사람들 만나면 좋은 점을 배우고, 불량한 사람들 만나면 나쁜 점을 빨리 배운다. 대학 생활하면서 난 성적에 관심이 없었다. 책과 신문, 사회 현상, 사람들의 심리를 읽고 느끼고 생각하고 쓰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성적보다 중요한 본질을 추구한다면서 어떻게 보면 현실을 도피했던 게 아니었을까.


4학년이 돼서야 그제야 각성하고 서울로 대외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뛰어나고 많은 인연들을 만났다. 이 아이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명문대 다니는 아이들은 이 맘 때 이런 공부를 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반면, 생각보다 신문이나 책에 관심이 없구나. 내가 그들보다 아는 게 생각보다 많구나. 등등.. 많은 것들을 느꼈다.


덕분에 그들과 어울리며 더 큰 생각을 하고, 목표도 커졌다. 평소에 신문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돌아서, 같은 학부지만 전공이 다른 교수님에게 추천을 받아 여의도의 모 언론사에서 좋은 인턴기회를 맞기도 했다. 정말 기자들의 치열함은 내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리고 홍보팀 직원에게서 점심을 거의 매번 대접 받는데, 그때마다 하는 얘기는 어디 대학 나왔냐는 둥.. 자기는 학교 어딘데.. 거기 나왔으면 잘 부탁드린다는 둥.. 밥이 코로 넘어갔다. 난 그 지긋지긋하고 치떨리는 싸움에서 졌다.


친구들에게는 내가 자랑스러웠을 거다. 변변찮은 학교에서, 인턴이라도 언론사 기자를 하고 있었으니. 대학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당구장에 갔는데, 거기 사장님에게 얘가 어디 언론사 기자라고 하면서 자기가 으쓱거렸다. 더 웃긴 건 그 사장님도 아. 그러냐며. 막.. 되게 우리에게 굽신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참.. 세상...


그후, 난 알바하면서 앞날을 생각해보자며 서비스업에 뛰어들었다. 자세한 얘기까지는 너무 길어질까봐서 안 하겠다. 내가 최종적으로 느낀 건, 난 서비스업이 맞구나. 진상 손님도 있지만, 내 만족이 불만을 뛰어넘는구나.라고 느꼈다.


그래도 사실, 서비스업에 뛰어든다는 건 미래가 밝지않아 보였다. 무엇이 현실이고, 이상인지, 나는 분간이 가지 않았다. 불안해서 주변 친구의 추천에 광고 자료 사이트를 운영하는 곳에서 알바를 했다. 사람들도 좋고, 마음이 편했다. 그러다가 광고 교육기관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으며 카피라이터를 꿈꿨었다. 근데, 그 꿈이 너무 막연했다. 


예전과는 달리 요즘 카피라이터는 광고 카피를 쓰는 것만이 주라고 보기 어려웠다. 카피라이터는 크리에이터이기 때문에, 순발력도 뛰어나야 하고, 아이디어도 근사해야 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콘티도 그리면 좋다고도 하고, 자나깨나 아이디어 생각을 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삶에 대한 경험과 상품에 대한 경험이 많아야 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질렸다. 내가 했던 일 중에서 어느 분야보다 팀 단위로 일을 하는 게 잦았다. 같음 팀원끼리도 서로 자기 아이디어를 관철시키려 경쟁한다. 신물이 난다. IT쪽도 겪어봤는데, IT는 야근이 많고, 연봉이 짜고, 주말이 없네..라고들 얘기한다. 주변에 사람들 보면, 광고가 훨씬 심하다. 그나마 IT는 중소기업이라도 연봉 2200 이상을 최소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고, 광고는 1600도 받는다. 


주변 IT인 중에 프로그래밍은 골자이고, 디자인은 그냥 사진을 포토샵만 해서 갖다 붙이는 거라고 알게 모르게 무시조로 얘기하는 걸 들었다. 세상에나..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그렇게 없을 수가 없다. IT 회사 다니는 친구들 보면 프로젝트 하나 정도나, 없을 때 7~8시에는 퇴근은 한다. 하지만, 광고는 일이 오전에는 안 들어오다가, 끝날 때 쯤에 들어오거나, 광고주에게 시안을 수정해서 확인 받아야 퇴근이 되는데, 해외 촬영이나 그럴 때엔 하염없이 회사 안에서 기다려야 한다. 바쁜 프로젝트가 아니더라도. 10시 정도 끝나는 게 왕왕 있고, TV광고 들어가면 3일 밤은 안 들어가다가 4일 정도 돼서야 새벽 아침에 잠시 옷만 갈아입고 다시 들어올 때가 많다. 물론 IT도 일 많을 때 상황은 비슷하다.


단지 IT가 마음은 편했다. 컴퓨터와 싸우니까. 프로젝트할 때만 싸우면 되니까. 광고는 개인 시간이 많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같은 팀원끼리 허구한 날 싸우는 게 일이다. 사람들 과의 경쟁에 지치고 지쳐서 사람이 돌아버린다.


이런 저런 일들을 겪고 나니, 행복해지고 싶다기보다는, 행복이란 게 사치 같았다. 어딜가나 힘든 건 마찬가지고, 상상과는 다 다른데, 얼마나 잘 살려고 고민하고 행동했던 게 덧 없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의 후회는 없다. 이 상황에서 나는 잘하고 못하는 걸 분명히 알았는데, 걸리는 건, 남들 말리는 일은 분명히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이제는 더 나이를 먹으면 최후의 수단인 회사에 신입으로 못 들어갈까봐. 


그리고 살면서 돈이 무척 중요한데, 누군가는 돈을 따르지 말고, 잘하는 걸 하면 돈이 저절로 따라온다는데, 그게 어느 분야에 국한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텐더의 월급이, 현실이, 너무나도 참담했기에. 첫 줄에 얘기했듯이 며칠 전 면접봤던 곳에서도 여사장님이 그러셨다. 더 늦기 전에 경험해 보는 건 좋은데, 이 일 오래하지 말라고. 


참. 세상은 어렵다..  




흥분해서 감정적으로 썼다. 곧 지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