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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저는 소설을 즐겨 읽지 않습니다. 책 읽기는 취미라고 할 수 있는데, 소설은 뭐랄까. 제게 너무 어려워요. 경제학이나 사회학, 심리학, 철학 서적들은 길어도 집중력 있게 읽어나가는데. 소설은 계속 상황을 상상해야 해서 머리도 아프고 명쾌하지 않다랄까요. 그런 의심이 소설 읽는 내내 자꾸 올라와서 끝까지 읽기가 참 힘들어요. 문학적 글쓰기는 잘하고 싶으나 문학은 멀게만 느껴지는. 그 정도의 수준이어서 이 책에 대해서 뭐라고 언급하기가 머뭇거려지네요. 저는 은희경 작가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중국식 룰렛' 소설집은 별로라고 말하고 싶어요. 새로운 자극을 받지 못했고, 얌전한 사람들의 얌전한 이야기 같았어요. 제 삶이 평범하지 않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방황하는 캐릭터들을..
이 책은 에세이 형식이에요. 두 세장 정도의 짧은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구성되어있죠. 외국어를 익히는데 대단한 방법이 들어있는 책은 아니에요. 사실 어느 책을 보아도 누구나 좋은 방법은 알고 있죠. 실천이 안 돼서 문제지. 다만 이 책은 한국에서 나고 자랐으면 외국어에 대한 벽이랄까... 그런 게 굉장히 클 텐데. 그런 걱정을 낮춰주는... 인식을 바꾸어주는 역할 정도는 한다랄까...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 영어 같은 건 완벽히 문장을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원어민 앞에서 벌벌 떨고 아무 말 못 하는데, 일본어는 애니에서 보고 문장을 따라 하고 원어민 앞에서도 뱉을 수 있는 그런 사대주의적 부담이 적다랄까. 참 영어를 어릴 때부터 배우는데 한 마디도 못하고 벌벌 떨다니. 영어 교..
도서관 가서 몰입에 관한 책을 여러 권 골랐어요. 집중력이 약한 것 같아서요. 사실 약하다고는 생각 안 해왔는데, 싫어하는 것과 해야 하는 것 앞에서의 집중력이 바닥이었어요. 좋아하는 일만 해서 제 삶이 평탄했다면 좋아하는 것만 하고 있겠죠. 하지만 어느 정도 살아보니 좋아하는 걸 하라고 하는 사람마저도 해야 할 일 앞에서 충실히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 사람들은 습관 자체가 어릴 적부터 잘 형성되어 있던 거였죠. 교육을 잘 받았다랄까. 반면 교육을 잘 못 받은 사람들은 습관 자체가 좋지 않아요. 대부분 규칙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죠. 습관 형성 자체가 잘 잡혀 있는 사람이 좋아하는 걸 하라고 하니 숨은 뜻을 잘 봐야 해요. 그런 말을 하는 대부분은 몰입을 잘해요. 내가 당장 처한 상황, 일, 놀이, ..
기말 시험을 김밥처럼 말아 먹었어요. 계획을 세우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사람이 되어보고자 무려 학기 전체 계획표를 세웠어요. 주로 인강이라 자기와의 싸움이 필요했죠. 게을렀던 제가 기적적으로 한 달하고도 반이 지나도록 지키고 있었어요. 무리한 계획임에도 꾸역꾸역 지켜냈어요. 하지만 거기까지였어요. 저는 좌절하지 않았죠. 하루 할 양을 반으로 줄여 계획표를 수정했어요. 그렇게 두 달을 지켜냈죠. 중간고사와 중간 과제에 치여서 수정한 계획마저 슬슬 무너져요. 멘탈이 나약해져요. 하고 싶을 때만 공부를 해요. 점점 하지 않는 날이 늘어나요. 술이 땡겨요. 기말이 다가와요. 기말 공부해야 한다며 한 달 동안 걱정만 해요. 기말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요. 뭐부터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혀요. 강의와 책은 포기..
어린 날엔 사랑해서 떠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드라마 속 지루한 말이구나 정도로 여겼었다. '사랑하는데 왜 떠나? 사랑하면 더 붙어있어야지.'라며 단순하게 생각했다. 20대 끝자락 고요한 방구석에서 책의 어느 구절을 읽다가, 문득 그 진부한 말이 떠올랐다. 왜 사랑해서 떠나는 걸까? 사랑의 의미부터 생각해야 했다. 사랑은 상대가 상대답게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상대가 자기 생각대로 되길 바라는 마음은 사랑이 아닌 욕망이다. 상대가 나와 있을 때 상대답지 못하고 불안해한다면 떠나야 한다. 상대를 사랑하니까. 상대가 상대답게 행복해져야 하니까. 너를 위한 거라며 자신의 욕망대로 상대를 조종하려는 건 사랑이 아닌 욕망이다. 상대를 생..
무언가를 보상 받으려 무엇이 되려하면 안 돼요. 실행하는 과정에서 고난에 대한 보상은 외부에 존재하지 않아요. 그나마 보상이 내 안에 있다고 한다면 그 고난조차 무언가에 홀려 이겨내게 되는 자긍심 정도랄까요. 이미 고난을 두려워 하고 과정을 보상 받으려 한다면 자기 마음 안에서 우러나오는 자기 꿈이 아니에요.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신하려면 자신에게 끊임 없이 묻고 행동하고 실수해야 해요. 처음엔 누구나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확신이 없어서 구분을 잘 못해요. 자기 확신을 갖고 나아가는 사람에게, 혹은 책에게, 강연을 통해서도 노하우를 묻는 게 도움이 돼요. 하지만 결국 답을 찾는 건 스스로 해야 해요. 책과 강연에서는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답을 찾기 위한 좋은 질문을 얻는 것이에요.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