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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사랑의 수단인가 목적인가? 칸트 철학이 말해주는 진정한 관계의 비밀 본문

심리철학

결혼, 사랑의 수단인가 목적인가? 칸트 철학이 말해주는 진정한 관계의 비밀

온화수 2024. 9. 20. 12:52

결혼 생활에서 칸트의 도구적 가치와 내재적 가치 개념은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준다. 칸트는 인간을 단순히 도구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상대방을 그 자체로 존중하는 태도를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적 기초는 연애와 결혼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 특히 의미가 깊다. 그렇다면 결혼 생활에서 상대방에게 도구적 가치는 정말로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현실적 역할과 책임을 도외시할 수 있을까?

 

칸트의 철학에서 도구적 가치란 어떤 것을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돈은 물건을 사기 위한 수단이며, 이를 도구적 가치로 본다. 반면, 내재적 가치란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그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며, 다른 사람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칸트의 핵심적인 주장이었다. 결혼과 같은 인간 관계에서 칸트의 이러한 생각을 적용하는 것은 중요한 질문을 던져준다. 우리는 결혼 생활에서 상대방을 단순한 도구로서만 여기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우선 결혼 생활에서는 여러 가지 도구적 가치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부부가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며, 이를 통해 가정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도구적 가치는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부부는 종종 재정적 지원을 주고받으며, 집안일을 분담하고, 감정적 지지를 통해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준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이를 도구적 가치로 해석할 수 있지만, 칸트의 철학이 말하는 문제는 상대방을 오직 도구로만 바라볼 때 발생한다.

 

결혼 생활에서 도구적 가치가 문제가 되는 순간은 상대방을 이용하는 관계로 전락할 때다. 예를 들어, 결혼이 경제적 안정이나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기능한다면, 이는 상대방을 도구적 가치로만 취급하는 것이다. 혹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집안일을 책임지거나 재정적 부담을 지는 상황에서, 그 노력과 기여가 존중되지 않고 당연하게 여겨질 때도 문제다. 이런 경우는 상대방을 나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만 대하는 것이며, 이는 칸트적 윤리관에 따르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

 

칸트는 인간을 목적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결혼 생활에서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상대방을 단지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로 보지 않고, 그 사람 자체로 존중하며, 그의 감정과 필요를 귀중하게 여기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인 결혼 생활의 기반이 된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경제적 기여를 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 그 노력을 단순히 결과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 기여 자체를 감사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는 결혼 생활에서 내재적 가치를 지키는 중요한 방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구적 가치가 결혼에서 완전히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도구적 가치는 현실적으로 부부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혼 생활을 이어가려면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하고, 이는 때때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재정적 기여, 집안일, 감정적 지지 등은 모두 결혼 생활에서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측면이다. 문제는 이런 도구적 가치가 상대방을 단순한 수단으로만 여기게 만드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더라도, 그 사람 자체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가 내게 주는 기여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결혼은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다. 한쪽만이 지속적으로 희생하거나 노력하는 관계는 건강하지 않다. 결혼 생활에서 서로가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도구적 가치와 내재적 가치의 균형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나에게 제공하는 도움이나 지원이 분명히 도구적 가치를 가질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인격과 노력을 무시하거나 그 사람을 단지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결혼 생활에서 도구적 가치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칸트의 철학에서 말하는 내재적 가치는 상대방을 목적 그 자체로 존중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결혼 생활을 더욱 깊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도구적 가치가 나타나더라도, 그것이 결코 상대방의 가치를 깎아내리거나, 그 사람을 단지 이용하는 도구로 전락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결혼은 단순한 계약 이상의 관계이며,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목적 그 자체로 대할 때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