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깐따삐아는 장미와 들풀 모두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세계 본문
"대승불교에서 꿈꾸는 이상적인 세계를 '화엄세계'라고 표현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화엄華嚴'은 산스크리트어 '간다뷔하Gandavyuha'라는 단어를 의역한 말입니다. 여기서 간다뷔하라는 말은 온갖 가지가지의 꽃들을 의미하는 '간다Ganda'와 화려한 수식을 의미하는 '뷔하vyuha'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간다'는 꽃을 의미하는 '화華'로, 그리고 '뷔하'가 장관을 의미하는 '엄嚴'으로 번역되면서 '화엄'이라는 말이 탄생한 겁니다. 결국 화엄이란 말은 들판에 잡다하게 피어 있는 수많은 꽃들의 장관을 가리키는 말이 됩니다.
대승불교가 꿈꾸었던 화엄세계가 무엇인지 짐작이 되시는지요. 모든 존재들이 자기만의 가능성과 삶을 긍정하며 만개하는 세계, 바로 그것이 대승불교가 꿈꾸던 것입니다."
-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중, 강신주
'간다뷔하'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만화 아기공룡 둘리에서의 '깐따삐아'가 생각났다. 빨간 코 도우너는 깐따삐아 별에서 왔고, 바이올린을 타고 튜브에 바람을 넣고 친구들을 태우고 "삐아 삐아 깐따삐아 OO로~"라는 주문을 외운다. 그러면 과거든지, 미래든지 날아간다. 자기를 짓궂게 대하는 고길동을 혼내주러 고길동의 어린 날로 가기도 하고, 구박을 당해 화가나서 어른이 되면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느냐며 미래로 가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주로 안드로메다, 깐따삐아를 보이지 않는 세계로 표현하곤 한다. '모든 존재들이 자기만의 가능성과 삶을 긍정하며 만개하는 세계, 바로 그것이 대승불교가 꿈꾸던 것.' 아마도 둘리 작가는 '간다뷔하'에서 '깐따삐아'를 생각한 게 아닐까. 자신이 꿈꾸던 세계로 가기 위한 주문 깐따삐아. 도우너의 고향 깐따삐아 별에서는 향이 옅다고 나쁜 꽃이고, 색이 탁하다고 무가치한 꽃이라 생각하지 않는, 각각의 자태와 향취가 있어 주인공이라 긍정하는, 멋진 종족이 모인 행복한 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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