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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철학

아버지를 보고 슬펐다

온화수 2014. 11. 20. 19:24

아침에 집을 나와 동네를 빠져나가는데, 저 멀리서 어떤 할아버지가 소리를 치시는 거야. 날 부르는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서로 가까워져 가는데 우리 아버지더라. 좀 기분이 이상했어. 연예인들이 해피투게더나 힐링캠프 같은 곳에 나와서 아버지의 늙어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할 때 이해는 가지만 방송 때문에 과도하다고 생각했거든.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닐 거라는 믿음은 아직도 있지.

멀리서 털모자 쓰고 두툼한 점퍼에 추위에 잔뜩 웅크린 모습이 노인정으로 향하는 영락없는 할아버지더라. 그게 우리 아버지더라. 내가 27년 살면서 처음 느꼈어. 물론, 50 넘어 들면서, 아버지는 티비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틀고, 그로 인해 안 보던 드라마를 즐겨보는구나 알게 되고, 엄마의 타박에 눈치 보며 부엌에서 간식을 훔치듯 도망가고.

 

그래도 그때까지는 힘이 약해졌구나, 싶었지. 헌데, 오늘 아침 정말 할아버지 같은 거야. 속상하더라. 난 불효자식이라 다가가지도 않는데... 다가가도 피하시는 분이지만, 그래도 좀 그렇더라. 모르겠어.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강한 집 분위기에서는 가까워지기가 어렵다. 내가 변할 수는 거의 없어서, 그래서 불효 자식인 거 같다.

 

모르겠어. 그냥.. 표현하지 않아도 알았으면 좋겠는데, 내가 그걸 못해서 옆 사람에게 피해를 많이 줬지.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것만큼 말도 안 되는 것도 없는데, 평소에 힘들어도 가끔 행복이 찾아오면 그게 좋은 거 아닌가. 내가 노예가 되가는 거 싶기도 하지만, 내 힘에선, 내 생각에선, 아직까지는 이런 건가 싶네. 화이팅 보다는, 힘내라 보다는 받아들여라,가 도움될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