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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철학

달 보고 별 생각을 다한다

온화수 2014. 11. 10. 00:43

  새벽에 깨 있게 해 줄 카페인이 부족해서, 편의점으로 향한다. 집 앞 슈퍼는 구멍가게라, 없는 게 많다. 그래서 10분 정도 걸리는 편의점까지 걸어간다. 낙엽 지기 직전에 가고 안 갔는데, 주인아주머니는 밝게 맞이해주신다. 곧 바로 카누가 보이는 매대 앞에 선다. 큰 팩이 없다. 대신 10 스틱씩 들어있는 2팩을 집어 계산대 앞에 놓았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내게 묻는다.

 

  "이거 맛있어요? 맛있으면 손님들한테 추천해 보려고. 근데 내가 아직 안 먹어봐서."

 

  "음... 편의점 같은 곳에서 파는 인스턴트 커피 중에서는 괜찮은 것 같아요..."


  난 답을 해놓고 조금 쑥스럽기도 하고, 공기도 차가워 두 손을 비빈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서는 계산대에 집중하면서도 힐끔 내 손을 바라본다.

 

 "손 좀 봐봐요!"

 

 "헤... 엄청 차네..."

 

  나는 멋쩍어서 엷은 미소를 머금고 말없이 편의점을 빠져나온다. 말없이 나온 게 괜스레 신경 쓰인다. 원래 손이 차다고 할걸. 몇 달 전에 처음 방문했을 때 아주머니의 과도한 관심에 나는 몹시 불편했다. 나는 재화를 주고받는 그냥 소비자이고 싶었다. 내가 깎아달라, 더 달라하는 성격도 아니거니와, 편의점인데 잘 보일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가까워지면 사는 물품만으로 내 식습관을 가지고 뭐라 할 것 같기도 하고, 예민한 나는 내가 괴로워진다. 그래서 집 앞 슈퍼도 잘 안 가게 된다. 거긴 너무 잘 알아서 내 선택의 비루함을 보이고 싶지 않다.

 

  오늘은 그래도 추위를 걱정해주시는 편의점 아주머니가 불편하지 않다. 추워지니 정서적으로 힘을 더 내는 건가.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 달을 보니 가까워질 듯하다가 적정 선을 유지한다. 그리곤 함께 걷는다. 내 모든 인간관계는 달 같다고 생각한다. 어떨 땐 스스로 보름달 같이 크고 밝아져서 다가가려는 듯하다가도 결국엔 거리를 유지하며 물러난다. 정말 가까운 소수 아니면 내 속을 잘 모를 것 같다. 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느낀다. 달 보고 별 생각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