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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홍보팀원]K리그 24R 수원 VS 인천 남동생과 수원월드컵경기장 방문기

온화수 2012. 7. 31. 02:55


남동생: "형. 나랑 축구장 가자."

나: "갑자기 왜?"

남동생: "나 방학 숙제가 축구장 가는 거야. 수원 경기 보러 가자."


7월 29일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우리집 늦둥이 남동생과 수원과 인천과의 경기를 보러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로 향했다. 나는 평소 축구와 수원을 좋아라해서 가고 남동생은 방학 숙제가 축구경기장을 다녀오는 것이라길래 서로 좋아서 발걸음을 옮겼다. 




전날 미리 인터파크에서 인터넷 예매로 좋은 지정석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전날 늦게 예매했는데 지정석 자리가 어느정도 있는 거 보니 평소보다 사람들이 뜸하겠구나 생각했다.


일반인은 만원, 청소년은 4천원이다. 인터넷 수수료 포함해서 휴대폰 결제로 총 1만5천원 결제했다.





남동생: "형. 집에서 몇 시쯤에 출발해?"

나: "음.. 한 시쯤에 갈거야."


서울월드컵경기장 가는 걸로 착각해서인지 모르겠지만 한 시가 넘고나서 준비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깜짝 놀랐다. 나는 "늦었다."를 반복하며 허겁지겁 준비를 끝마쳤다.


나: "신행아.(남동생 이름) 빨리 가자!"

남동생: "형. 잠깐 머리에 왁스 좀 바르고.."

나: "......" 


나는 경기도 포천에 산다. 수원까지 가려면 어마어마한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집에서 의정부역까지 50분, 의정부역에서 전철로 잠실역까지  한 시간, 잠실역에서 버스를 타고 수원월드컵경기장까지 한 시간 조금 넘게. 중간 환승하고 기다리는 시간 합치면 우리집에서 수원월드컵경기장까지 가는 데만 3시간 반~ 4시간 걸린다. 


어우. 땀나.




2시에 출발했는데 간식 거리 사고, 1007-1번이 아닌 1007번을 타서 경기장까지 더 걷고, 표 현장수령하느라 5시 40분쯤에 도착했다.

전반전이 끝나가고 있었고 우리 지정석은 먼저 온 사람들이 그룹으로 앉아있었다. 앞쪽 우리 지정석 말고 두세 줄 뒤에도 자리가 충분히 있어서 비록 우리 지정석이지만 그 쪽 분위기를 깨고 싶지도 않고 뒤쪽 자리도 충분히 잘 보여서 그냥 편한 곳에 앉았다.


위 사진은 후반전 시작 전 모습이다.


 


올림픽 때문인지, 요즘 수원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그런 건지 관중들이 평소보다 꽤 줄은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을 떠나서도 우리 K리그에 아쉬운 점은 수도권 인근의 팀도 원정 경기는 팬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 수원에서 서울과의 슈퍼매치 빼고는 원정석 S석이 항상 텅텅 비어있다. K리그가 이 방법을 해결하기 위한 모색을 해야할텐데.


 







후반 1분 수원 수비수 보스나가 파울로 인천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하고 동시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그걸 본 수원 공격수 스테보가 머리를 감싸쥐며 안타까워하고 있는 모습이다.




부심이라고 무시하지 말 것. 엄청난 속도로 파울과 오프사이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계속 달리신다.




E석 지정석 앞의 응원석이다. 저 분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순수한 수원 서포터즈 보다는 구단 직원분이신 것 같다. 수원 서포터즈인 프렌테 트리콜로(그랑블루와 하이랜드 통합)가 N석에서 구호를 시작하면 비교적 덜 열광적인 얌전한 팬들이 많이 앉은 E석 팬들에게 같이 구호 외치도록 유도한다. 굉장히 힘들어보이셨다. 다들 눈치 보느라 박수만 어느정도 치고 소리는 잘 지르지 않는다.


 



수원의 대표적인 응원곡 '나의 사랑 나의 수원'이 전광판에 나와 다같이 따라 부르도록 유도한다. 다른 말이 필요없다. 빅버드에 와서 직접 들으면 전율이다. 










같이 응원을 도와주는 수원삼성 블루윙즈의 캐릭터 '아길레온'






당신에게 수원이 없다는 건 이런 드라마가 없다는 것.




경기가 끝날 때쯤 3:1로 승리가 굳혀지려는 상황에서 수원 서포터즈 '프렌테 트리콜로'가 '유나이티드=돼지'와 '베짱이도 돼지는 이기네요^^ㅋ'라는 걸개를 내걸었다.


전 경기 중에서 수원이 부진하고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자 수원 서포터즈는 같은 팀 선수들을 향해 '베짱이를 위한 응원은 없다'라고 걸개를 내걸었었다.


그걸 빗대어 이 경기에서 전반전에 인천 서포터즈들은 "유나이티드에는 베짱이는 없다'라고 도발을 했다. 그러자 수원 서포터즈들은 하프타임에 급하게 걸개를 제작해 '유나이티드=돼지'와 '베짱이도 돼지는 이기네요^^ㅋ'라고 맞대응을 한 것이다.


이런게 K리그의 흥행 요소이고 스토리인데, 언론에서 왜 이리 난리인지 모르겠다.




수원이 부진을 뚫고 6경기만에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3:1로 승리를 따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수비수 보스나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후반 46분 하태균의 추가골로 승리를 일궈냈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마 바로 경기장에 누웠다. 그간 얼마나 걱정이 많았을까. 수원 팬들 생각해서 앞으로도 더더욱 열심히 뛰어줬으면 좋겠다.


이용래 선수도 힘내세요.






선수들 및 수원 팬들에게 인사 중. 으아. 눈물 바다.





맨오브더매치로 선정된 곽희주 선수가 울컥하면서 마지막에 수원 서포터즈들에게 모두 일어나라고, 우리가 해냈다고, 화이팅을 보낼 때 모두가 감동이었다. 선수들도 울고. 나도 울고. 


축구 팬들 중에도 해외축구나 국가대표 경기는 관심이 많지만, 실제 K리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드문 것 같다. 클럽팀 경기만의 재미를 영국에서 찾지말고 가까운 곳에서 찾았으면 좋겠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나 좋은 팀이 있는데.




보너스 영상. 

후반 1분 수원 보스나의 경고누적으로 얻은 인천의 찬스.

인천 이보의 페널티킥. 정성룡 선수의 그림자에 가려 빛을 못 보던 수원의 또 다른 수문장 양동원의 슈퍼세이브!

이미 수원이 전반에 2:0으로 앞선 채 경기를 마쳤지만 후반 시작하자마자 인천에게 한 골을 허용한다면 추격의 불씨를 되살릴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아주 귀중한 슈퍼세이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