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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죄와 벌을 읽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소도시와 한국 사회가 떠올랐다.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곳이 소설의 배경인데, 사람들은 무기력하고 새로운 것에 반응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사회 정책에 관심이 없는, 아는 정치인이나 뽑았던 정당을 매번 뽑는 듯한 분위기의 동네. 소설 속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그러했다. 또한 한국 사회처럼 느낀 이유는 주인공인 라스콜니코프를 보고 떠올랐다. 무언가 마음의 충동에서 일어나는, 옳다고 느껴지면, 다양한 입장을 듣기보다 싸워서 이기려는 감정적 행동. 민족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많은 이들에게 해를 입히는 전당포 노파를 정의를 위한다며 주인공은 살인을 저지른다. 사회의 법이 썩었을진 몰라도 노파는 법을 어기거나 하진 않았다. 주인공 라스..
저는 소설을 즐겨 읽지 않습니다. 책 읽기는 취미라고 할 수 있는데, 소설은 뭐랄까. 제게 너무 어려워요. 경제학이나 사회학, 심리학, 철학 서적들은 길어도 집중력 있게 읽어나가는데. 소설은 계속 상황을 상상해야 해서 머리도 아프고 명쾌하지 않다랄까요. 그런 의심이 소설 읽는 내내 자꾸 올라와서 끝까지 읽기가 참 힘들어요. 문학적 글쓰기는 잘하고 싶으나 문학은 멀게만 느껴지는. 그 정도의 수준이어서 이 책에 대해서 뭐라고 언급하기가 머뭇거려지네요. 저는 은희경 작가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중국식 룰렛' 소설집은 별로라고 말하고 싶어요. 새로운 자극을 받지 못했고, 얌전한 사람들의 얌전한 이야기 같았어요. 제 삶이 평범하지 않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방황하는 캐릭터들을..
이준익 감독의 영화 보셨나요. 전 부끄럽게도 그 영화를 보고 나서야 윤동주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전까지는 그의 시를 문제집에 나올 법한 시다, 하지만 오래된 시 중에선 꽤 감성적이다, 괜찮다, 정도로 느끼고 있었어요. 영화에서 시를 읊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스토리 상에서 자연스레 나누는 대화도 시에서 인용된 게 많네요. 시집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그는 1943년 고향으로 돌아오기 직전 독립운동 혐의로 붙잡혀 2년 형을 선고 받았어요. 후쿠오카 감옥에서 갇혀 있던 중에 죽었습니다. 시집은 그가 죽은 뒤인 1948년에 출간되었습니다. 공부라고 하면 시험의 개념이 강한 것 같아요. 시험의 개념말고 뭔가를 알고 깨달아서 현실에 적용해보는 것, 자신의 모자람과 욕망을 느끼고 부끄러워 하면..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작은 아버지와 결혼하자 크게 상심하는데, 어느 날 부왕(아버지)의 영혼이 나타나 자신이 작은 아버지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복수를 명한다. 햄릿은 충격과 분노로 마음의 평정을 잃고, 작은 아버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미친 척 행세한다. 오필리아에 대한 사랑마저 잠시 거둔다. 햄릿은 국왕 살해의 연극을 작은 아버지 앞에서 상연하도록 해서 진상을 알아낸다. 그 후 햄릿은 오필리아의 아버지 폴로니어스를 작은 아버지로 오인하여 죽이게 된다. 오필리아는 실연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여 자살한다. 이 때 아버지 플로니어스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돌아온 레어티즈는 누이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햄릿을 증오하게 된다. 레어티즈와 검술 시..
2007년 나온 조금 오래된 책이다. 중고서점에 갔다가, 어머니가 고른 책. 정작 사온 어머니는 보지 않으시고 시간이 지나 내가 읽는다. 조영남의 유별난 행동들에 긍정적이진 않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감정적이랄까. 그런 부분들. 굳이 이해하려 하진 않지만, 나는 이해가 간다. 그를 이해하지 않지만, 그런 자세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이해한다. 나는 미술에 문외한이고, 현대미술은 더더욱 문외한이다. 미술을 알고 싶다. 깊지는 않아도, 작품을 보는 매뉴얼은 알고 싶다. 그래야 내가 하는 삶의 창작 활동이 보다 독창적이고 아름다워질 것 같아서. 누구도 김광석처럼 처절하리 만큼 투명한 노래로 우리의 심금을 울릴 수가 없다. 어째서 그런가. 그들의 노래에는 고흐와 고갱처럼 죽음과 늘 정면대결을 벌여야..
의 내용보다 충격적인 건 이 책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삶이다. 총 다섯 번의 자살 시도 후 끝끝내 자살에 성공했다. 그 중 세 번은 연인과 동반 자살을 시도했는데, 두 번은 여인만 떠나보냈다. 1948년 그는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다마 강 수원지에 투신한다. 결국 다섯 번째 시도 끝에 그는 서른아홉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은 그의 삶처럼 음울이 흐른다. 자살, 음독 정사, 정신병원, 약물 중독 등의 주된 내용은 그의 삶이 기구했음을 짐작게 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비극적인 삶인 걸까. 다섯 번의 끈질긴 자살 시도 끝에 성공했다면 그가 원한 선택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위선적인 세상에 섞이지 못하는, 가면을 못 쓰는 어린 아이 같은, 그래서 방황하는 그. 난 다자이 오사무를 이해하고 ..
어제는 한 친구와 대낮에 술을 마셨다. 그 애는 내 주변에서 유일하게 문학과 술을 동시에 좋아하는 친구다. 나는 대학 진학을 문창과나 국문과로 간 게 아니라서 문학 얘기할 친구들이 거의 없다. 보통 책 얘기하면 지루해하기도 하고 관심이 적다. 누군가 나와 같은 취미로 공감을 하고 얘기를 나누면 그것만으로 행복할텐데. 그걸 해소하려 페이스북에 책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해왔는데, 혼자 떠든다. 내가 흥미롭게 글을 못 쓰기도 하지만. 어떤 친구는 내게 그랬다. 자기는 페이스북에 '더 보기' 뜨면 더 이상 읽지 않는다고. 그래서 유일하게 문학과 술을 좋아하는 친구는 매우매우 소중하다. 내게 살아갈 이유를 갖게 한다. 나의 존재를 확인하게 하니까. 윤동주에 대해 얘기하고, 이성복에게 취하고, 신경숙 같은 술잔을 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