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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우리 집 뒷집에는 70대 중후반의 부부가 산다. 나는 5살 때 같은 동네 안에서 한 번 이사한 것 빼고는 서른 가까이 쭉 이 집에서 살았다. 그때부터 이웃이었다. 뒷집 부부를 친근함을 실어 늘 존재하는 '뒷집'이라고 부른다. 혹은 뒷집 할머니네. 어릴 때는 어른들의 삶에 자세히 관심이 없었다. 근데 나는 어느 날부턴가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파악해보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스무 살 중반이 지나서 세상이 마음대로 안 돼가는 걸 느낄 때쯤 사람과 사회를 알고 싶었나 보다. 뒷집 부부는 여름에는 내방 창문 너머에 조그만 하우스와 텃밭에서 열일을 한다. 뒷집 할아버지는 내가 방 창문으로 몰래 관찰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가끔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했다. 가령, 자기네 덩치 큰 믹스견을 목줄에 매달고 ..
를 읽고 나서, 아니 읽는 도중에 내 방 안에 있던 필요 없어진 물건들을 한 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된 핸드폰들, 재작년에 구입한 크리스마스 카드, 전 여친이 사준 괴로움으로 도배된 다이어리, 무엇 하나 규칙적으로 하지 못해 2일 분 남은 약봉지들, 작년 펌 했을 때 구입했던 왁스, 인터넷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해 사은품으로 딸려 온 큐브, 책을 집착해 띠지마저도 버리지 못하는 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모은 것들을 버리려 분류를 하기 시작했다. "옛날 핸드폰이네. 이거 왜 버려. 나중에 가게 차리거나 하면 좋잖아." 엄마는 내게 말했다. "아니야. 버릴 거야." 나는 매몰차게 말했다. "이거 좋다니까. 나중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필요할지도 모르잖아." 엄마는 다시 한 번 나를 설득했다.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