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485)
영혼의 요양소

"아으 안돼!!!"이병헌 배우의 유명한 밈이 떠올랐는가? 이처럼 트라우마를 직면하지 않고 회피하면, 우리의 삶은 과거의 상처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조종된다. 불안, 우울, 감정 마비, 충동적인 행동, 대인관계 회피 등 다양한 심리적·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며, 결국 자연스러운 ‘나’로 살아가기 어려워진다.그렇다면 트라우마를 직면하면 기억이 사라질까?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그 기억이 더 이상 우리를 압도하지 않도록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직면을 통해 우리는 트라우마를 나를 지배하는 공포가 아니라, 단순한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상처에 매여 있지 않고, 보다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이는 라캉의 실재(the Real) 개념과..
결국 스마트폰에서 SNS를 모두 삭제했다. 인스타그램, 스레드,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은 오래전부터 내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은 공간이었다. 지인들과 소통하며 내가 던진 농담이나 진지한 생각이 반응을 얻는 순간을 즐겼다. 그곳은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들로 채워진 무대였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그 무대는 더 이상 나를 채우지 못했다. 즐거움은 희미해졌고, 그 뒤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공허감이 자리 잡았다.스레드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내 삶에 스며들었다. 운동을 시작하며 매일의 과정을 기록하는 데 썼다. 작은 성취를 공유하며 느꼈던 뿌듯함은 곧 익숙해졌고, 점차 시들해졌다. 거기에 더해, 솔직히 말하자면 여성들과의 소통이 재미있어서 머물렀던 것도 사실이다. 그 소소한 재미마저 금세 빛을 잃었다.페이스북은 다른 이유..
공허함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지만, 그 실체를 마주하면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그저 어떤 것이 비어 있는 듯한 허전함, 이유를 알 수 없는 갈증 같은 것.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에서 오는 공허함은 더 깊다. 그것은 단순히 누군가가 없어서 느끼는 외로움이 아니라, 함께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데서 오는 감각일지도 모른다.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관계를 통해 안정감을 얻는다. 우리 뇌는 연결을 통해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을 분비하며, 이를 통해 정서적으로 편안함과 소속감을 느낀다. 그러나 관계가 단절되거나 누군가의 부재가 길어지면, 공허함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감정은 단순히 "누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넘어서, 자신이 더 깊은 관계를 원하고 있다는 신호다. 어쩌면 우리는 공허함을 통해 ..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수많은 변수 속에 놓인다. 사주라는 동양의 전통 체계는 우리가 태어난 시간과 환경이 삶의 성향과 흐름을 정한다고 말한다. 한편, 현대 과학은 우리의 DNA가 신체적 특징과 성격의 기초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결정된 궤적 위를 걷는 존재일까? 아니면, 선택과 의지로 운명을 새롭게 그려낼 수 있는 존재일까?사주는 철학적 틀로, 개인의 성향과 삶의 흐름을 해석하려 하지만, 과학적 증거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사주를 통해 위안을 얻고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가진다. 이는 사주의 유연한 해석이 인간의 보편적 성향과 심리적 기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DNA는 삶의 청사진을 제공하지만, 그 설계가 곧 운명의 완성은 아니다. 환경, 교육, 경험,..
삶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는 한 발 물러나 관찰자로서 존재하는 데서 출발한다. 나는 나 자신을 고정된 실체로 여기지 않는다. 신체와 정신은 변하고, 나라는 존재도 그 변화를 따라 흐르는 과정일 뿐이다. 이 관점에서 나는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이는 나를 유체이탈한 관찰자의 시점으로 이끌고, 사건과 경험을 마치 비디오를 감상하듯 바라보게 한다. 이러한 태도는 감정적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도록 돕고, 삶의 사건들을 더 큰 맥락에서 이해하게 한다. 나는 목표를 설정하지만,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 삶은 단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노력과,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결과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여러 모습으로 변모한다. 긍정적이라고 여긴 일이 시간이 지나면..
결혼 생활에서 칸트의 도구적 가치와 내재적 가치 개념은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준다. 칸트는 인간을 단순히 도구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상대방을 그 자체로 존중하는 태도를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적 기초는 연애와 결혼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 특히 의미가 깊다. 그렇다면 결혼 생활에서 상대방에게 도구적 가치는 정말로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현실적 역할과 책임을 도외시할 수 있을까? 칸트의 철학에서 도구적 가치란 어떤 것을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돈은 물건을 사기 위한 수단이며, 이를 도구적 가치로 본다. 반면, 내재적 가치란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그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며, 다른 사람의 목적을 ..

"유리알 유희"는 미래의 이상적인 지식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 철학적 소설로, 지적 유희와 인간 내면의 탐구를 주제로 한다. 소설의 주인공 요제프 크네히트(Joseph Knecht)의 삶과 성장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줄거리 개요1. 배경소설은 23세기 미래의 가상 세계인 카스탈리엔을 배경으로 한다. 카스탈리엔은 학문과 예술을 숭상하는 엘리트 지식인들이 모여 사는 이상적인 공동체이다.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은 다양한 학문과 예술을 융합하여 지적 놀이를 즐기는 '유리알 유희'이다.2. 요제프 크네히트의 성장요제프 크네히트는 어릴 때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카스탈리엔에 입학한다. 그는 뛰어난 지적 능력과 학문적 열정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다양한 스승들에게서 교육을 받는다. 특히 음악과..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이성과 감성, 질서와 자유를 상징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이중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중세 독일을 배경으로 하지만, 한국에서 예술과 철학을 사랑하며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는 서른 중후반의 내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나르치스는 수도원의 수사(修士)로서 엄격한 이성과 자기 통제를 상징한다. 그는 지식과 명상에 몰두하며 규칙적인 삶을 살아간다. 반면 골드문트는 예술과 감정을 중시하는 방랑자로서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수도원에서 나르치스를 만나 그의 지도 아래 잠시 이성의 길을 따르지만, 결국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두 인물의 대비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 존재의 두 측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