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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 <다윗과 골리앗> - 말콤 글래드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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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 <다윗과 골리앗> - 말콤 글래드웰

온화수 2015. 11. 8. 22:27

"이스라엘 사람들이 높은 능선에서 본 것은 무시무시한 거인이었다. 실제로는 이 거인에게 거대한 몸집을 선사한 바로 그것이 그가 지닌 최대 약점의 원천이기도 했다. 모든 종류의 거인과 맞서는 전투에서 필요하고 중요한 교훈이 여기에 있다. 강력하고 힘센 것들이 언제나 겉보기와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다윗은 용기와 믿음으로 사기충천해 골리앗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골리앗은 무엇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지에 깜깜했다. 상황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간파하기에는 너무 크고 느리며, 시야가 흐릿했던 그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잘못 말해왔다. 『다윗과 골리앗』은 이런 이야기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책이다." -30P


머리말에 있는 내용이다. 얼마나 설레는 머리말인가. 대단한 삶의 비법이 있는 것처럼. 비법이라기 보다는 결핍에서 얻는 우회로랄까.




라나디베는 이 아이들이 기존 방식대로 경기를 한다면, 다시 말해 상대 팀이 아무런 제지 없이 드리블해서 자기편 코트까지 오도록 내버려두면, 농구를 열정으로 하는 그 팀의 아이들에게 질 게 뻔하다는 것을 간파했다. 라나디베는 열입골 살 때 호주머니에 달랑 50달러만 가진 채 미국으로 왔다. 그는 쉽사리 패배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두 번째 원칙은, 그의 팀은 모든 경기에서 경기 내내 풀 코트 프레스로 경기한다는 것이었다. 팀은 결국 전국선수권대회 결승전까지 올라갔다. "정말로 막무가내였어요." 안잘리 라나디베의 말이다. -35P

실제 축구 경기를 보면 누가봐도 약체인 팀이 예상대로 전술을 수비적으로 나오면, 대부분 진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공격적으로 나오면 강팀이 당황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다만, 그것 때문에 수비에 치중하지 못해 골을 먹는 경우도 많지만 말이다. 


2002 월드컵 때를 보면, 우리나라는 다른 팀들에 비해 기술이 약하니 체력을 강화시켰다. 많이 뛰고 강팀을 괴롭히는 전술이다. 상대는 지치고 모기 같은 선수들에게 휘말리며 자기 플레이를 못한다. 예상은 대부분 예상대로 흘러가기 때문에, 약자는 허를 찔러야 한다.



"듣는 것은 내 평생 해오고 있는 핵심적인 일입니다. 나는 잘 듣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내가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죠. 나는 사람들의 말을 기억합니다. 그들이 쓰는 단어들도 기억합니다." 보이스는 로스쿨 강의실에서 다른 모든 학생들이 열심히 노트를 하거나 끄적이는 데 열중해 있거나, 혹은 백일몽으로 빠져들 때에도 똑바로 앉아 강의 내용을 듣는 데 집중하고, 들은 내용을 똑똑히 기억하려고 애썼다. 기억력은 그 상황에서 가공할 만한 도구였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읽어주던 책의 내용을 기억에 담아둘 때부터 기억하는 법을 연습해온 셈이었다. 동료 학생들은 필기를 하고 끄적거리고 꾸벅꾸벅 졸았다 깼다 하면서 뭔가를 놓치고 있었다. 이들은 주의가 분산되어 있었지만, 보이스에게는 그런 문제가 없었다. 그가 잘 읽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했던 방법들이 오히려 더욱 가치 있었던 것이다. 그는 노스웨스턴 로스쿨에서 시작해 예일대로 편입했다. -137P

난독증을 가진 고졸 학력자가 법조계 정상으로 오른 이야기다. 사실 고졸이 아니다. 고졸이었지만, 건설 노동자로 일을 하다 작은 사립대를 갔고, 그곳에서 자신만의 우회로를 찾아 공부했다. 우연히도 그가 다니던 시기에는 학부 과정을 끝마치지 않아도 로스쿨에 지원할 수 있었다. 


로스쿨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보이스'는 압축한 요약본으로 공부했다. 남들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했지만, 자신에게는 옳았다. 더구나 난독증 때문에 읽기보다는 듣기에 더욱 집중해왔던 어려서부터의 습관 때문에 기억력이 좋았다. 결핍은 사람을 좌절시키기도 하지만, 성장시키기도 한다. 단점을 장점으로 바라보는 것. 바꿀 수 없는 과거보다 바꿀 수 있는 현재에 집중하는 것. 내게 절실하다.



사회는 비친화성에 얼굴을 찌푸린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주위 사람들의 동의를 추구하도록 타고났다. 급진적이면서 혁명적인 생각은 전통에 도전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아무런 결과도 낳지 못할 것이다. 피터슨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파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데, 당신이 친화적이라면 그 아이디어로 무엇을 하겠습니까? 사람들의 감정을 다치게 하고 사회구조를 뒤흔드는 것을 걱정한다면 당신의 아이디어를 밀어붙이지 못할 것입니다."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말한 바 있듯이, "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에 자신을 맞춘다. 비합리적인 사람은 집요하게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모든 진보는 비합리적인 사람에게 달려 있다." - 146P

난 어떤 사람인가. 사람에겐 합리적이지만 가치관에겐 비합리적이다. 내 겉모습은 매우 유한 사람이지만, 누구보다 스스로 믿고 있는 가치관을 밀고 나가는 사람이다. 평범하게 살기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와버렸다. 그러니 눈 질끈 감고 묵묵히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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