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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인문학> - 이지성 본문

책 사유/자기계발

<생각하는 인문학> - 이지성

온화수 2015. 12. 24. 09:55

이지성 작가는 몇 년 전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고서 그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 후로 그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간간이 페이스북 상에 올라오는 그에 대한 의견들에 눈이 가기도 했다. 몇몇의 똑똑하다는 사람들은 그를 좋아하지 않는 듯 보였고, 자기계발서에 대한 지식인들의 반감이 커 보였다.


올해 나온 그의 『생각하는 인문학』을 전자책으로 구입해서 보았다. 이건 여담인데,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를 전자책으로 보았을 때 그저 주관적인 느낌으로 조금 실망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정돈되지 않은 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책을 종이책으로도 사서 다시 보았는데,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문장이 날카로웠다. 같은 글을 읽고서 이렇게 다르게 느끼다니, 무의식 중에 종이책이 권위를 갖는구나, 느꼈다. 


토머스 쿤은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오류투성이에 불과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을 원전으로 치열하게 읽었다. 그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늘 이렇게 대답했다.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머스 쿤은 칸트 이상의 사색능력을 갖춘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색법을 배운 뒤 사고의 혁명을 일으켰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고전은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내용을 많이 담고 있기에 읽을 필요가 없다고. 만일 인문고전 독서의 목적을 책의 내용을 습득하는 것에만 한정한다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를 뛰어 넘어 인문고전 저자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으로 확장한다면 전혀 귀담아들을 가치가 없다. - 이지성 『생각하는 인문학』 내용 중


『생각하는 인문학』은 작가가 기독교 얘기를 하기도 하고,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내용 때문에 반감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좋은 의도이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책에 대해, 특히 인문학과 고전 책에 대해 읽고 배우면 우리에게 어떤 힘을 주는지 당위성을 심어주는 책인 것 같다. 요즘은 책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책을 의심하고 있었다. 어쩌다 올라오는 책에 대한 기사에, 책이 무슨 소용이느냐는 댓글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는 걸 보면서, 상처를 받기도 했고, 책이 의심스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모든 걸 수치화만 할 뿐, 문화의 풍요로움을 모르는 사람일 거라고. 멋진 어른이 아닐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