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 사유/소설n시n희곡 (21)
영혼의 요양소
이준익 감독의 영화 보셨나요. 전 부끄럽게도 그 영화를 보고 나서야 윤동주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전까지는 그의 시를 문제집에 나올 법한 시다, 하지만 오래된 시 중에선 꽤 감성적이다, 괜찮다, 정도로 느끼고 있었어요. 영화에서 시를 읊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스토리 상에서 자연스레 나누는 대화도 시에서 인용된 게 많네요. 시집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그는 1943년 고향으로 돌아오기 직전 독립운동 혐의로 붙잡혀 2년 형을 선고 받았어요. 후쿠오카 감옥에서 갇혀 있던 중에 죽었습니다. 시집은 그가 죽은 뒤인 1948년에 출간되었습니다. 공부라고 하면 시험의 개념이 강한 것 같아요. 시험의 개념말고 뭔가를 알고 깨달아서 현실에 적용해보는 것, 자신의 모자람과 욕망을 느끼고 부끄러워 하면..
이 책의 저자는 에밀 아자르지만, 에밀 아자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로맹 가리라는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가 가명으로 신분을 숨기고 출판한 책이다. 프랑스의 3대 문학상 중 최고 권위의 공쿠르 상이 있는데, 한 명의 작가에게 한 번의 수여만을 원칙으로 하는 상이다. 공쿠르상의 수상자에게는 평생 출판의 기회가 보장이 되고 권위 있는 반열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로맹 가리는 일찍 공쿠르 상을 수상하고 오래 명성을 지니지만, 이후 비평가들에 의해 한물 간 작가라는 평가들을 받게 된다. 그런 로맹 가리는 가상의 이름 에밀 아자르로 공쿠르 상에 작품을 출품하게 되고, 그 작품인 '자기 앞의 생'이 수상하게 된다. 최초로 한 작가가 두 번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주인공인 모모는 아랍계 소년이다. 사실 이름은 모..
오래된 책장에서 20년 가까이 된 어린 왕자를 발견했다. 오래된 책이라 번역된 문장이 촌스럽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내용 그대로니까 감수할 수 있었다. 2016년은 오래된 어린 왕자와 시작했구나. 모두들 어린 왕자처럼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아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밑줄 긋기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 이야기를 하면, 그분들은 제일 중요한 것은 도무지 묻지 않는다. 그분들은 '그 친구의 목소리가 어떠냐! 무슨 장난을 좋아하느냐? 나비를 수집하느냐?' 이렇게 말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나이가 몇이냐? 형제가 몇이냐? 몸 무게가 얼마냐? 그 애 아버지가 얼마나 버느냐?' 하는 것이 그분들의 묻는 말이다.그제서야 그 친구를 아는 줄로 생각한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틀에는..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작은 아버지와 결혼하자 크게 상심하는데, 어느 날 부왕(아버지)의 영혼이 나타나 자신이 작은 아버지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복수를 명한다. 햄릿은 충격과 분노로 마음의 평정을 잃고, 작은 아버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미친 척 행세한다. 오필리아에 대한 사랑마저 잠시 거둔다. 햄릿은 국왕 살해의 연극을 작은 아버지 앞에서 상연하도록 해서 진상을 알아낸다. 그 후 햄릿은 오필리아의 아버지 폴로니어스를 작은 아버지로 오인하여 죽이게 된다. 오필리아는 실연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여 자살한다. 이 때 아버지 플로니어스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돌아온 레어티즈는 누이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햄릿을 증오하게 된다. 레어티즈와 검술 시..
삼각관계 스토리다. 폴과 로제, 그리고 시몽. 이름만 보면 폴이 남자, 로제가 여자일 것 같지만, 반대다. 폴이 여자, 로제는 남자. 39살의 여자 폴은 실내장식가다. 그의 오래된 연인 로제는 폴보다 나이는 많으며, 직업은 운송 관련업을 한다. 폴은 로제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로제는 권태를 느끼고 여러 여자를 만난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폴은 로제가 좋다. 이미 모든 게 익숙해져 버린 걸까. 이들 사이에 수습 변호사인 25살의 어리고 잘생긴 남자 시몽이 등장한다. 시몽은 폴을 짝사랑한다. 폴과 잠자리를 가지게 되지만, 끝끝내 그녀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 참 서글프고, 읽는 내내 결과가 뻔하지 않아서 짜증나는 소설이랄까. 소설 자체에 짜증나는 게 아니라, 내용이 너무 안타까워서 상상하느라 내가 시몽보다..
50개 시 중 끌리는 시 3개를 꼽았다. 김기택 시인의 시는 섬세한 묘사가 좋다. 나는 일상의 언어 사이에서 놓친 것들을 보려 애쓰는 데도, 시인의 눈은 정말로 비상하다. 나는 시와 같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표현에 서툴러,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개인적으로 산문을 선호하지만, 시인의 문장은 한없이 부럽다. 오래 바라 본 결과인 건가. 시에 대해 얘기하는 건 정말 버겁다. 함부로 내뱉지 못하겠고, 난 생각이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판단이라고 판단하고. 난해하다. 생각의 표현을 누군가는 오만으로, 나는 그런 오만이 아니라고, 오해라고. 그런 오만을 저지른다. 그저 묵묵히 읽고, 생각하고, 내 안에 쟁여놓을 수 밖에. 한 명의 육체를 위하여 달려가던 승용차가 가볍게 들어올리자 사내는 조금도 꾸밈이 없는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