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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철학

가족들과 첫 서울대공원 나들이

온화수 2014. 4. 13. 13:07

어제, 가족들과 여자친구와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갔습니다. 날씨가 우중충하기는 했지만 비는 오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저와 가족들은 차를 타고 오고, 여자친구는 전철을 이용해 왔습니다. 전철역과 서울대공원 입구와의 거리가 꽤 되는 걸 몰라서 여자친구는 화를 냈드랬죠. 사실, 멀어서 화를 냈다니보다는 우리는 우리 대로 반대편 입구로 들어와서 차도 막히고 주차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대공원 역 앞까지 가기가 버거웠어요.


근데 저는 대공원 2번 출구 앞에 기다리고 있으라고 데디러 간다고 말을 전했었죠.. 하지만 위 말한대로 사정이 이러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화난 여자친구는 "그럼 차라리 동물원 매표소 앞까지 들어가 있으라고 하던가!!"라며 화를 냈죠.  


역 앞에 대공원 버스가 있다던데 어제 갔을 때는 무슨 사정 때문인지 운영하지 않는 걸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역 앞에서 대공원 쪽으로 조금 걷다보면 코끼리 열차가 있는데 1000원이에요. 그걸 타고 대공원 안의 목적지에서 내리면 돼요. 매표소 직원이 그랬는데, 역 앞에서 동물원 매표소까지 걸으면 20분 거리라네요.


택시 타고 오라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주변에 택시를 찾아볼 수가 없었대요. 결국, 코끼리 열차 타고 왔는데 20대 꺾인 숙녀 혼자, 아이들하고 그걸 타고 오려니 민망했다네요. 그러니 커플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처음부터 같이 움직이셔야 한다는 점. 대공원 역에서 입구는 꽤 멀다는 점이에요.


가족들도 기분 좋게 왔는데 아무래도 얼굴이 상기돼 있는 여자친구의 기분이 느껴졌죠. 여자친구는 꾹 참고 웃으며 인사했지만 가족들은 알았어요. 내가 생각했던 건 이런 게 아닌데.. 오늘 하루 어떻게 헤쳐나가나 걱정이 앞섰죠.


하지만!!



이런 기분에도 모두가 즐거워질 수 밖에 없는 곳이 서울대공원 동물원이에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서 벚꽃 잎이 흩날려요. 내려 오면서 보게 될 사자들도 발 아래 보이고요. 아래에서 나무 위 둥지를 쳐다볼 때는 크게 안 느껴졌는데 새 둥지가 바로 머리 옆에 있으니 엄청 크고 신기했어요. 리프트 정말 좋았어요.


리프트에서 내릴 때쯤에 우리 엄마는 누구보다 신나했어요. 모두가 다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죠. 본격적으로 설레는 맘으로 동물들을 보러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아. 근데 일단 배가 조금 고파서 우동과 비빕밥 등을 시켜먹었어요. 동물원 중간 중간에 휴게소처럼 먹을 거리와 커피를 파는 곳이 있어요.


다 먹고 나서 정말 이제는 동물들을 보러 걷기 시작했어요. 근데 정말 중요한 건 '동물원 지도'에요. 넓은 동물원 안에서 내가 보고 싶은 동물이 어디있는지 알기 위한 거죠. 매표소 입구에서 꼭 가져가세요!!


그리고 내려가다가 다시 보고 싶은 동물이 있으면 다시 걸어서 올라가기 버겁잖아요. 그래서 동물원 내에 이동 버스가 있어요. 그걸 이용하시면 될 거 같아요. 근데 저희는 타지 않았어요. 동물 지도 보며 안 보면 후회할 동물들 코스 위주로 걸었더니 중간 중간 다른 동물들도 있잖아요. 그렇게 보면서 내려갔어요. 못 본 동물들도 있었지만 다 보려면 많이 움직이셔야 할 것 같아요.


야행성인 동물들도 있어서 대부분 자고 있거나 굴에서 나오지 않은 동물들이 꽤 있었어요. 처음엔 얘네들이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받아서 저러고 있구나 싶었는데 설명 읽어보니 야행성인 동물들이 그러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스트레스도 많이 받긴 하겠죠.


기억에 남는 동물들은 사막 여우, 미어캣, 검은손기번(원숭이)이었어요. 사막 여우는 TV에서 본 것처럼 조그맣고 정말 키우고 싶을만큼 엄청 귀여웠어요. 미어캣은 다큐를 많이 봐서 호기심이 그냥 갔고요. 생각보다 무지 조그맣더라고요. 검은손기번은 줄이 있는데 그 줄을 스스로 자기 머리 위에 올려놓더니 자꾸 지랄발광..을 하더라고요. 가족들이 꼭 나 같다며 빵 터졌어요.


다른 큰 동물들도 많았는데 멀리서 보여서 큰 감흥은 없었어요. 차라리 조그맣고 눈 앞에서 닿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이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걷는 거 힘들어하셔도 한 번 가보세요. 힘들어질 때쯤 동물들이 짠하고 나타나서 즐겁게 해줘요. 저희 엄마도 매일 무릎 아프시다고 하시는데 이 날 만큼은 젊은 저희보다 신나서 다니셨어요. 주말 나들이 가족들과 가시는 거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