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눈에게도 나는 처음이었다 본문
눈에게도 나는 처음이었다. 사람만 첫눈이 아니라, 머리 위 눈도 첫사람인 것이다. 그런 귀중한 손님을 기다리고, 바라보고, 만져보고, 맡아보고, 입도 벌려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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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5분만 들여다보면 자기 의지로 떨어지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된다. 바람에 휩싸여 주관 없이 휩쓸리다가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난 듯 붕 뜬다. 그리곤 다시 찬찬히 내린다. 바람이 왔다 간 것이다. 바람이 아니면 자기가 내리고 싶은 곳으로 착지할텐데. 골고루 눈을 나눠주려는 바람의 입김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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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걸 그냥 스치면 꽤 빨리 내리는 것 같은데, 눈 하나하나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초점을 따라가면 생각보다 천천히 내린다. 세상이 빠르게 흘러만 가는 것 같지만 눈앞에 집중하면 조금은 여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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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창문 앞에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소나무가 있다. 뒷집 나무인데, 문득 어릴 때 우리집 마당에 있던 새하얀 목련이 생각난다. 아직 생존해 있는 소나무는 아직도 음식물 버리는 곳에 심어져 있고, 빛나던 목련 나무는 마당의 볕 잘 드는 중심에 심어져 있었다. 마당이 예쁘게 보이려 목련을 심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걸리적 거린다는 이유로 베어버렸다. 가인박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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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소나무는 대부분 피하는 음식물 옆에 있었고, 있다 보니 소나무에게 거름이 되었고. 소나무가 자라면서 음식물 버리는 곳이 조금은 아름다워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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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려함보다는 무언가가 결핍돼 있는 것들을 사랑한다. 웃고 있지만 눈가에 말 못할 슬픔이 어려있는 사람, 그래서 슬픔을 잘 알고 약자에게 맘이 가는 사람, 순간의 목련보다 화려하진 않아도 소나무처럼 사계절을 끌어안는 사람,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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