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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철학

오르지 않고 머무는 삶은 안 되나요

온화수 2016. 4. 20. 00:43




요즘 꽤 안 어울리는 짓을 하고 있다. 매일 할 일들의 계획을 짜서 실천하기 전까지는 잠을 자지 않는 거. 나는 꽤 즉흥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해서 계획에 거리감을 느껴왔고, 무언가에 열중할 땐 엄청 몰입하다가, 게을러질 때는 끝도 없이 게을러지는 패턴이었다.


뭐. 예술가들이나 발명가, 철학자, 사상가들 중에 이런 삶의 패턴 안에서 천재가 나오기도 하지만, 나는 이미 꽤 성숙했기에 아닌 게 분명하므로 삶의 태도를 수정하기로 했다.


확실히 계획을 하니 해내기 전까지는 잡생각을 하거나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불안감이 생성된다. 이걸 안 지키면 자괴감이 쩔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근데, 문제가 생겼다. 나는 평소 밍기적거리며 맘 가는 대로 행동하며 잡생각을 하면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사소한 것이든 무엇이든 하나의 공통된 흐름이 점에서 선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상자랄까. 그런 게 쉴 새 없이 떠올랐는데 이제는 안 떠오른다. 


계획을 해서 어떤 몇 가지 리스트들을 오늘 내에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주변을 관찰할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여러가지 해보지 않았던, 평소 생각에 그쳐있었던 일들을 시도해보면서, 작은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지만, 어딘가 허전하다. 매력적으로 크기 위해 쉴 새없이 다양한 학원을 다니는 그런 존재가 된 것 같다.


나는 생산성보다는 독창성에 가까운 삶을 추구하는데. 그러면 세세한 계획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되 마음을 따르며 살아야 하는데, 나도 어느새 생산성에 스스로 가두고 있다. 증명할 수 있는 게 없는데 독창적이기만 하면 무엇하나. 일단은 생산성을 추구해서 뭐라고 이루어내야 독창성을 인정해주지. 근데 그냥 살면 안 되나. 왜 끊임 없이 달려가라고 채찍질 하는 거야. 


정상에 오르지 않고, 맘이 머무는 한 지점에 머물러서 각각의 고도에 있는 동식물을 바라보는 삶은 또 다른 답이 될 수 없는 틀려야만 하는 삶인가요.


개미 문화권에 태어난 베짱이는 너무나도 고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