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요양소

이주노동자의 아픔을 그린 영화 '빵과 장미'를 보다 본문

미디어 조각

이주노동자의 아픔을 그린 영화 '빵과 장미'를 보다

온화수 2013. 3. 9. 13:36


20105, 서울의 K대에서 패륜녀 사건이 세간에 많은 논란이 됐다. 한 여학생이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는 청소 아주머니에게 욕설과 막말을 한 사건이다. 이런 논란이 된 사건 말고도 사회적 약자들은 현재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시시때때로 불합리한 일을 당하고 있다. 임금은 대부분 100만원도 받지 못하고 대부분 쉴 공간도 없다. 교통비와 식비도 제대로 대주는 곳도 없다고 한다. 중간에 용역 업체를 둠으로써 직접적인 책임은 회피하고, 나중에 파업이라도 하게 되는 날엔 용역 업체가 불이익을 빌미로 협박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는 청소아주머니들을 위한 휴게실이 없고, 학교 전체를 그렇게 힘들게 청소를 하시는데,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쉴 곳은 거의 없다. 학교 주위를 지나다니다보면 아주머니들은 한쪽에서 쭈그려 앉아 쉬고 계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규직 직원은 마땅한 대우를 받는데, 비정규직인 청소아주머니들은 쉴 곳조차 확보되지 않는지, 너무나도 부당한 처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아주머니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에 맞춰있다. 8~10시간 넘게 일하시면서 100만원도 못 받으신다. 하지만 그들은 최저임금이라도 간절한 실정이다. 학교 측에서는 등록금이 동결돼서 청소아주머니들의 임금 인상은 안 된다느니, 교육비를 노동자 임금 인상에 소비할 수 없다느니 하는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학생들 축제와 같은 행사비에는 며칠 만에 수억을 퍼부으면서 왜 노동자들의 한 달 월급은 못 올려주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총장에게 묻고 싶다. 왜 인상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영화 속에서는 이주여성에 대한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세태를 표현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보는 내내 기분이 찜찜했다. 그만큼 너무 솔직하게 표현을 해서 그런 것 같았다. 이주여성인 마야를 보고 우리나라의 상황을 떠올려봤다. 우리도 과거 박통 시절 서독으로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가난한 나라였기 때문에 외화를 벌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당시 파견된 노동자들은 많은 무시와 냉대를 당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로 인해 외국의 비교적 가난한 나라에서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 불법이건 합법이건 살기위해 넘어온다. 그들이 곧 과거의 우리다. 


우리 어머니도 가구 공장에서 일을 하시는데, 불법 체류하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들은 대부분 남성인데 자기 나라에서 의대까지 나왔지만, 자국에서 의사를 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 한국에서 힘든 일해 돈 버는 것이 훨씬 잘 번다고 한다우리 어머니께서 가끔 동정심이 들어서 그들의 방을 치워주신다는데, 겨울에 난방도 잘 안 들어오고 여러 가지로 열악하다고 한다. 여성노동자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여성노동자들은 더 괴롭고 심각하다. 성희롱을 당해도 힘이 없으니 해고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쉽사리 반박을 하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이주여성들이 올바른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이주노동자 인권 센터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무엇보다 이주 여성, 이주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사장님들의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하고 있는 곳도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교육을 하면, 적어도 이주 노동자들에게 불공정한 행동을 하려고할 때, 적어도 잠깐만큼은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지 않겠냐는 말이다. 너무 이상적인가? 그래 모르겠다 사실. 결국 이 문제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공정하게 대하는지 24시간 내내 지켜볼 수도 없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주 여성, 이주 노동자와 고용주의 열린 생각과 약자들을 지켜줄 확실한 제도가 필요하다. 자신이 불합리한 일을 당했을 때 당당히 표현을 하고, 그 이후 고용주에 의해 불합리한 일을 당하지 않게 확실한 법적 제도적 장치로 지켜주는 시스템 말이다. 그래도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주의 양심일 것이다.




빵과 장미 (2002)

Bread and Roses 
8.8
감독
켄 로치
출연
필라르 파디야, 애드리언 브로디, 조지 로페즈, 잭 맥기, 엘피디아 카를로
정보
드라마 | 스위스, 독일, 스페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 110 분 | 2002-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