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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철학

너와 나의 우연과 가면

온화수 2015. 3. 10. 23:20

 

 

우연이란 게 무얼까. 우리가 보통 말하는 '우연'이란 건 아무런 인과 관계없이 일어나는 일을 말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그런 것 같지만 과연 완전한 우연이 있을까.  
 
보기 불편한 전 여자친구를 어느 장소에서 보았다고 치자.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장소가 과거 함께 갔던 곳이었고, 함께 갔던 곳이 아니라고 해도 관심이 비슷해져 취향이 비슷해졌기에 가는 장소가 겹칠 수 있지 않을까.  
 
글로 쓰면 굉장한 억지 우연 같지만, 현실에선 은근히 이런 일들이 필연처럼 일어난다. 우연과 필연의 경계가 무엇일까.  
 
사람은 모순덩어리다. 도덕적인 잣대를 남에게 들이댐으로 자신은 위안을 얻는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당신이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절대로 어느 누구가 아니에요. 그 누구는 틀림없이 가면에 불과해요.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은 곧 자신 속에 도사린 무엇인가를 그 사람을 통해 미워하고 있다는 거지요. 우리 속에 없는 것이 우리를 흥분시키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거든요." 
 
그렇다. 우린 누군가를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을 보면 된다. 내가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군가를 욕하면, 욕먹는 이유 또한 알고 싶어하는 사람의 단점일 수 있다. 
 
우리는 매번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지만, 그건 그렇게 살지 못하기에 뱉는 말일 가능성이 높고, 누군가가 도덕적인 기준으로 누군가를 옭아매고 욕하는 건(도덕을 욕하는 건 아니다), 그 사람 또한 나중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떨쳐내고 싶은 모습을, 그런 행동을 하는 타인을 비난하며 위안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