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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철학

조지오웰과 세월호

온화수 2015. 4. 15. 08:17

 

신경 안 쓰는 오래된 책장 속에서 명저를 발견했다. 조지오웰의 <1984>는 1948년에 미래를 예측하며 쓴, 사회를 감시·통제하는 빅브라더 체계를 그린 디스토피아적 소설이다.

 

출판사 이름을 검색해보니 영등포 신길동에 아직 있는 것 같다. 역자의 말을 쓴 날짜는 1983년 5월이다. 1984년을 야심 차게 기다리며 새롭게 번역한 게 아닐지.

 

책 안에 책갈피 대신 누런 신문지가 껴있다. 1984년 2월 22일 자 조선일보 사설. "저기록 이대로 두긴가 -사라예보 충격을 겪고 몇가지 당부-"라는 제목. 한문도 많고 세로로 읽게 돼 있다.


 리드문만 적자면 "화끈하게 잘도 달아 오르고 잘도 식어 버리는 민족성 때문인지, 어느 분야에서건 실패를 거두면 마냥 삿대질만 하고, 고함을 지르기는 잘하지만, 진작 그 실패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하고 다시는 그 실패를 거듭하지 않게하기위한 듬직한 연구와 계획과 실천이 뒤따르지 않게 마련이다. 그러는 고금의 진리가 우리 한국에는 통하지 않았었고, 그 때문에 이렇다할 시행착오를 거친 발전이 우리에게는 빈약했다."

 

태어나기 전 일이라 찾아봤다. 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당시에 스키복장을 사전에 검사받도록 규정이 돼 있는데 그냥 내보냈다가 선수 3명이 실격 처리돼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니 국민이 망신 때문에 달아 올랐었고 대외적 시선이 있으니 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기록에 민감하기도 했고. 저기록을 닥칠 때만 화를 내고 시간 지나면 잊어버리고. 내부 문제는 회피하고 감독만 바꾸고 반복하고. 그러니 기억하자는 주장이다.

 

저런 논조의 사설을 써놓고 반대면 기사 제목은 "무엇보다 실속이 최우선"이다. 실속을 추구하는 건 좋지만, 그 과정 안에서 지켜져야 할 원칙을 간과하기 쉽다. 당장은 실속을 위한 것 같지만, 원칙들을 쉽게 여기기 시작하면 결국 눈앞에 보이지 않던 균열들로 무너지는 것이다. 31년이 지난, 세월호 1주기를 앞둔 지금도 우리는 변함이 없다.

 

‪#‎세월호잊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