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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철학

형. 닭다리 안 먹어?

온화수 2015. 7. 14. 19:26

내겐 9살 어린 남동생이 있다. 2살 차이 나는 여동생도 있고. 남동생은 아직 고등학생인데, 타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 주말마다 집에 오면, 치킨이나 족발 같은 걸 시켜 먹는다. 지난 주말엔 치킨을 시켰다. 치킨이 도착하자 남동생은 내게 묻는다.


"형, 안 먹어?"


"응. 안 먹어." 


난 전날 과음을 해 속을 원망하고 있었다.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집에선 맥주를 먹게 내버려둔다. 하이네캔 500미리 한 캔을 다 먹어가는데 얼굴이 아버지를 닮아 붉어짐을 너머 새카매진다. 말할 때 코가 막히는 거 보니 호흡기도 부어오르나보다. 약간 알딸딸해져서 내게 다시 묻는다. 


"형, 치킨 안 먹어?" 


"아까 안 먹는다고 했잖아."


나는 책에 집중하고 있던 터라 예민해져 약간은 쏘아붙이듯 답했다. 그리곤 바로 미안함을 느낀다.

  

남동생은 평소 질문이 많은 편이다. 몇 분이 지났을까. 또 묻는다. 


"형, 닭다리도 안 먹어?" 


나는 짜증이 슬슬 올라왔지만 이성을 부여잡고 최대한 덤덤하게 말한다.


"응, 너 다 먹어."


남동생이 세 번 넘게 내게 묻는 이유는 무얼까. 처음에는 당연히 시켰으니 물어봤을 거고, 그다음부터는 약간 취기로 인해 감정이 자라나 물어봤을 것이다. 마지막 닭다리 안 먹느냐는 물음은, 내가 몇 번이고 안 먹는다고 말했다 한들, 치킨 두 마리에 있는 닭다리 양은 불가침 조약 같은 것이었을까. 마지막 대가족 문화에서 자라난, 눈치 보는 남동생의 무의식 섞인 세 번의 물음에 가슴 한 켠이 엄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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