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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철학

짧지만 인상 깊었던 홍보대행사 알바

온화수 2013. 4. 9. 02:49

홍보대행사(PR 회사) 알바를 이틀 동안 했다. 이틀이지만 짧았지만, 많은 걸 생각할 수 있어서 충분히 소중한 경험이었다. 첫 날엔 기자간담회 전체적인 세팅을 해야 하므로 편한 복장을 권유받았다. 둘째 날엔 정장.




약속한 시간보다 빨리 부근에 도착해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여기저기 둘러봤다. 남산 부근은 확실히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작은 골목길 사이사이를 보면 이런 가파른 계단들이 많았다. 날씨도 좋고 풍경이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도착해서 짐을 퀵아저씨에게 싣고, 택시를 타고 광화문 흥국생명으로 향했다. 흥국생명 4층으로 향했는데, 그 곳은 영국문화원이었고 예전에 영어 수업 들어보려다 너무 비싸서 포기했던 곳이었다. 유치원 다닐 만한 조금한 아이들부터 부모님과 화장실 갈 때도 영어로 대화하고 있어서 놀랐다. 그 아이는 우리나라 말도 잘 못하는 것 같은데 영어부터 가르치는 게 씁쓸했다. 그래도 부러운 건 왜일까.


기자간담회 세팅을 위해 무대 설치하는 것도 보고, 직접 책상, 의자도 나르고 배너도 설치하고. 확실히 PR회사는 여성분들 비율이 많아서 이런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이것저것 설치해야하는 행사에 우리 같은 남자 알바를 쓰는 것 같다. 막노동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막노동 안해보신 분이라면 쉽지 않은 알바라고 생각한다.


위 사진은 음향 조절 장치인데, 설명을 들었는데 잊어버릴까봐 사진으로 찍어놨다. 이게 블로그에 쓰일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찍어두길 잘한 것 같다. 첫 날은 짐을 위주로 나르느라 사진 찍을 겨를도 없어서 이게 다다.




둘째 날이다. 사실 아침에 20분 지각을 했다. 합리화를 하자면 생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하여튼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는데 조금 늦을 것 같아서 미리 전화를 드렸다. 사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면, 이런 상황에서 혼날까 봐, 겁이 나서, 조금 후면 도착하니까 연락을 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도착했을 때, 한가했었고 3분 늦었는데 왜 이리 혼내나 싶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경험들을 해보고 나서 깨달은 건, 바쁜데 지각을 해서 혼내는 것 보다, 나를 책임지는 사수에게 그 윗사람이 나의 행방을 물어봤을 때 답을 하지 못한다면 온전히 내 책임만으로 질 수가 없는, 평범하게 넘길 수 없는 행동이다.


조금이라도 늦을 것 같다면, 문자보다는 가능한 한 전화로 예의를 차려 상대에게 전화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전화할 당시에는 혼날까 봐 떨리긴 해도 미리 말씀드렸기에 막상 도착하면 오히려 별말씀 하지 않으신다. 그렇다고 지각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세팅하기 전 비포 사진이 없어서 얼마나 바뀐 건지 나만 알겠지만. 왼쪽 파란 칸막이(?)와 오른쪽 유리문을 보면 공간 자체를 튼 거다. 저 유리문들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밀어서 닫으면 사진 보이는 공간보다 반으로 준다. 이 디테일한 얘기를 왜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하고 싶어서... 블로그에 뭐라도 채워야할 것 같은 기분...




스태프 목걸이를 차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을 들었다. 물론 전반적인 얘기는 이미 전날 들었지만, 행사 당일 세심하게 신경 쓸 부분들에에 귀 기울였다. 크게 도움은 안 될커녕 해는 주지 말아야지 하고.




빌딩 입구, 엘리베이터 앞, 행사장 앞에 안내 배너도 놓고. 사실 이거 조립하는데 꽤 버벅거렸다.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완성품 한 번 쓱 보고 바로 해체해버리고 머리에 그린 대로 바로 조립하려니 안 보이던 구멍이 보이고 난감했다. 나름 꼼꼼하게 본다고 살펴봤는데 속으로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해 최대한 꼼꼼히 보지 않았던 것 같다. 다음부터는 배너 설치할 일 있으면 이제는 쉽게 할 수 있다. 사소해 보이지만 좋은 거 배웠다.




행사가 시작됐는데, 기자들이 많이 왔다. 식사 시간에 사장님에게 듣기로는 다른 곳에서도 오늘 이런 비슷한 교육 행사가 많은데 많이 온 편이라고 들었다. 런던정경대 부총장님도 서울까지 날아왔다. 영국문화원장님은 신사답게 잘생기셨더라.


작년 초 뭣도 모르고 기자 인턴할 때 선배들 따라서 이런 간담회 자리 많이 참석했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기자들의 사소한 행동들 어떤 마음인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기도 하고, 또한 반대로 홍보하는 태도에서의 마음도 느끼고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행사를 더 쾌적한 호텔 같은 곳에서 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공간은 협소해도 영국문화원이니 타당성이 있고. 식당도 지하에 있는 곳이 아닌 길 건너 조금 더 고급스러운 곳으로 하고 싶었지만, 기자들의 주차와 같은 동선에 신경 쓰다 보니 지하로 잡게 됐다고 들었다.


짧은 이틀간의 경험이었지만, 홍보대행사는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에 인상적이었다. 취업 생각할 때쯤 되니 알바는 쳐다보지 않게 되고 조금은 관련 없는 경험을 하고 있으면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물론 긍정적으로 임했지만 단순한 돈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으로 어떤 한 분야를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게 알바만한 게 있나 싶다. 


인턴은 간을 보고 맛이 없어도 끝까지 먹어야 하는 거라면, 알바는 간만 보는 거랄까. 인턴을 하고 싶은데 망설여진다면 관련 분야 알바를 먼저 해보면 나름 생각이 정리될 것이다. 또한, 가고자 하는 방향은 정했지만, 해보고 싶었던 분야의 사소한 경험이라도 해보고 싶거나, 갈피를 못 잡은 사람이라면 짧게 이런 방법으로 여러 분야 해보는 것도 자기 길을 찾는데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엔 정답이 없다.'는 말로 내 부끄러운 생각을 정당화시킨다. 그저께와 어제 알바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