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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분 피아노 독학기 14일째 - 바이엘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본문

일상의 철학

하루 20분 피아노 독학기 14일째 - 바이엘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온화수 2016. 5. 3. 00:09


처음에 피아노 악보 어플을 다운 받아서 독학을 시작했습니다. 그 어플엔 바이엘 단계는 5번까지가 전부였습니다. 


'이것만 치면 바로 체르니구나. 나 피아노에 소질있구나. 애들이 어렸을 때 체르니 칠 줄 안다고 했을 때 되게 경외롭게 보았는데, 별 거 아니네. 벌써 체르니를 목전에 두고 있다니!'


얼마 안가 수상함을 직감했습니다. 분명 어플에 있는 바이엘 5번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는데, 그 다음 체르니 악보가 너무나도 극악 난이도인 것입니다. 그래서 냅다 포털 사이트에 '바이엘 몇 번'을 검색해보았습니다.


'이럴 수가. 바이엘 75번? 이건 뭐야.'


'그럼 그렇지. 세상에 쉬운 건 없지.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난 피아노 실력이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죽을 때까지 천천히 피아노를 즐기며 근사하게 늙고 싶은 것뿐이니까.'




바이엘 2번 정도 치니 익숙해지니 3번부터는 하루에 10분 정도만 쳤습니다. 근데 10번대 넘어가니 솔직히 제목에 하루 20분이라고 쳤지만,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점점 몰입하게 되고 마스터하고 싶은 욕심에 1시간 반 가까이 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바이엘 15번까지 쳤습니다. 악보를 보며 오른손 왼손 함께 치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서 계산하는 문제 풀었다가, 숨은 그림 찾기 했다가 다른 부위의 뇌를 서로 번갈아 가며 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실력이 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보다는 천천히 제 페이스대로 즐기며 치고 싶습니다. 처음엔 기본 음계만 겨우 알았는데, 14일 동안 피아노를 접하면서 악보도 볼 줄 알고 어떤 음계에 양손을 어떻게 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천천히 하고 싶은 만큼만 피아노 앞에 앉으면 됩니다. 5분이든 10분이든. 다만 매일. 바쁘면 이틀에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