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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당신은 시선을 밖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금은 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아무도 당신을 충고하거나 도와줄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말입니다. 오직 한 가지 방법이 있을 뿐입니다. 당신의 내면으로 들어가십시오. 당신에게 글을 쓰도록 명령하는 그 근거를 탐구하십시오. 그 근거가 당신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글쓰기가 좌절되었을 때 과연 죽을 수밖에 없는지를 스스로 자신에게 물어보십시오. 무엇보다도 이것이 중요합니다. 깊은 밤 가장 조용한 시간에 스스로 물어보십시오. 나는 글을 써야 하는가? 답을 찾아 당신의 내면으로 깊이 파고드십시오. 그리고 그 답이 긍정적이라면 당신이 그 심각한 질문에 대하여 강력하고 단순하게 나는 써야만 한다고 말로 응답할 수 있다면,..
[기우장면_김홍도] 철학, 문학, 역사, 미술 등의 예술과 문화가 나라 발전에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생각이 우리나라에 팽배하다. 모 철학자가 그랬다.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선진 문물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서양을 넘어 우리가 없던 길을 만들려면 예술이 필요하다고. 그 시대의 감동,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현실에서 새로운 것을 적용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모든 것에 있어 고전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다. 가장 오래되고 전 세계인에게 인정 받은 공통된 감동의 빅데이터가 고전일 것이다. 대신 그 감동의 비법을 쉽게 알려주진 않는다. 읽는 눈을 키워야 한다. 그런 감정이나 흐름의 패턴을 읽고 디자인을 적용하고, 수학 공식을 만들고,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최근 나를 실제로 만나는 사람들은 이전보다 잘 웃고 장난기가 많은 사람으로 알고 있을 것 같다. 나이에 비해 철없는 장난도 많이 걸고, 웃기려 안간힘 쓴다. 그러고 나서, 혼자 있는 시간이 오면 급격히 침울해진다. 인터넷에 쓰는 글들 보면 우울한 느낌이라 호감은 아니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인터넷과 실제의 모습이 왜 이렇게 다르냐며 한마디들 한다. 나도 모르겠다. 사람들과 있으면 웃어야 할 것 같고, 즐겁게 해주고 싶고, 뭔가를 잊으려는 듯 실없이 웃는다. 어떨 때는 지나치게 솔직한 글을 써서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고백하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는데, 꼭 좋은 것들만 포장해서 보여주는 건 내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좋은 면만을 보여줘서 주변에 사..
대학 시절, 해왔던 과제들을 쭉 봤다. 글 같은 건 이너넷에서 짜깁기해서 그런지 수준의 창피함을 덜 느끼는데, 피피티를 켜고서는 한숨부터 나왔다. 오색찬란 형형색색 글씨 색과 크기가 페이지마다 다르고, 글씨는 나름 줄인다고 했는데 왜 이리 많은지. 내용 흐름 자체도 논리도 없고, 막히면 그냥 얼렁뚱땅 패스. 그때는 그게 괜찮게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가 봐도 생각이 참 귀엽다. 디자인보다는 내용이고, 피피티 흐름을 잘 만들려고 따라 하기보다 책을 많이 읽었어야 했다. 내 머리의 흐름부터 채웠어야 했다. 그래도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행복하기도 했다. 지금도 항상 부족하지만, 지금보다는 그때가 어설퍼서, 어른이 다 된 줄 알고 작은 것들을 크게 착각해서, 그렇게 뿌듯함을 느낄 때가 좋았다. 어쩌면, ..
01나는 내가 너무나도 무섭다. 착하기만 한 아들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내 안에 있는 응어리의 원인은 뭘까. 02내가 저지른 일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성격이었으면 좋겠다. 며칠이고 온종일 붙잡고 놓칠 못한다. 게다가 실수에 대해 확대 해석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무척이나 괴롭다. 03사람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솔직하려고 든다. 그러다 보니 너무 솔직해져서 왠지 안 좋은 소리도 들을 것 같다. 들리는 것 같다. 어쩔 수 없겠지.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솔직할 수 없다. 희롱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내가 자괴감이 든다. 원래 사는 게 이런 건가. 04정신을 요즘 너무 놓는 것 같다. 어디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나보고 사춘기란다. 생각해보니 난 사춘기 없이 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