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유 129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여자 없는 남자들 이 소설에는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여자 없는 남자들'은 그 중 한 단편의 제목이면서, 7편의 단편들은 모두 여자가 없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결국 '여자 없는 남자들'은 단편들을 엮은 또 다른 제목이다. 첫 단편인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아내를 잃은 연극 배우의 이야기다. 아내를 잃은 충격으로 눈까지 안 좋아진 가후쿠는 여자 운전사를 고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운전사에게 죽은 아내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가후쿠는 차를 정비소에 맞겼다가 미사키라는 여자 운전사를 소개 받는다. 가후쿠는 여자 운전사가 영 마뜩치 않았다. 그가 경험해 본 여성의 운전 실력이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운전 실력은 대략 두 가지로 나뉘는데, 지나치게 난폭하거나,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것..

부자들이 들려주는 '돈'과 '투자'의 비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 - 로버트 기요사키

전자책을 고르는데 이 책이 보였다. 보고 있다가, 현실 감각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결제를 했고, 호기심 가득 차서 읽어 나갔다. 사실, 오래 전부터 이 책을 한 번은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러니 눈에 띄었던 것일지도. 감정적으로 선택해서 산 건 아니다. 우연이 아니다. 하도 문학책만 읽다보니 삶도 감성적으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돈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키고자 눈이 갔던 것이다. 내용을 요약해서 쓰고 싶지는 않다. 이런 경제 부류의 책들은 내 머리를 힘들게 한다. 문학보다 딱딱하고 상상력의 깊이가 부족하다. 내 상상과 현실의 차이를 좁히고자 읽었지만, 읽는 내내 내 감성을 건드릴 무언가가 없었다. 머리는 채우지만 마음은 허기졌다. 읽고서 부채에 대한 위기감이나 두려움..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 안도현

올해 초, 안도현 시인의 간장 게장에 관한 시인 ‘스며드는 것’을 보고 엄청 감탄했어요. 그리곤 바로 팬이 되었죠. 저는 시인의 시선이나, 방법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안도현 시인의 시를 검색해보다가 시 작법에 관한 책이 있어서 서점에 달려갔습니다. 목차는 색인을 제외하고 26개로 되어 있어요. 1. 한 줄을 쓰기 전에 백 줄을 읽어라 2. 재능을 믿지 말고 자신의 열정을 믿어라 3. 시마詩魔와 동숙할 준비를 하라 4. 익숙하고 편한 것들과는 결별하라 5. 무엇을 쓰려고 하지 말라 6. 지독히 짝사랑하는 시인을 구하라 7. 부처와 예수와 부모와 아내를 죽여라 8. 빈둥거리고 어슬렁거리고 게을러져라 9. 감정을 쏟아 붓지 말고 감정을 묘사하라 10. 제발 삼겹살 좀 뒤집어라 11. 체험을 재구성하라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7, <인생의 베일> - 서머싯 몸

민음사에서 번역돼 출판한 이 소설의 이름은 ‘인생의 베일’이다. 원작 이름은 ‘The Painted Veil’인데, 풀이를 해보면, 베일은 얼굴을 가리는 것이고, 더구나 덧칠해진 베일이라니. 아주 화려한 가면 아닌가. 그러므로 베일은 진실을 가리는 수단과 편협한 환경 속에 갇힌 걸 뜻하는 게 아닐까. 제목만 봐도 많은 걸 암시한다. 1920년대, 영국과 식민지인 홍콩, 콜레라가 창궐한 중국 오지가 배경이다. 영국 여성인 키티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에게 많은 기대를 받으며 자란다. 똑똑한 여성은 아니지만, 외모가 아름다워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에게 하루빨리 결혼하길 부모는 바랐다. 키티의 아버지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왕실 변호사다.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애정과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한다...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된 문장들, <힐링> - 박범신

제가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근사한 문장을 보면 설레고 따라하고 싶고 그럽니다. 책을 계속 읽다보니 저는 시보다도 소설 같은 형식의 주저리 주저리 글이랄까. 그런 문장들이 더 좋더라고요. 소설을 읽으면 스토리 안에 무릎을 치는 문장이 겨우 한 두개 녹아있는데, 박범신님의 '힐링'은 감성적인 문장들이 모여 있어요. 아마, 이 책을 읽으시면 박범신님의 책을 안 사신 분이라도 소설 하나를 사실지도 몰라요. '힐링'이란 단어가 어느 순간 부정적으로 바뀌어갔던 것 같아요. 힐링 열풍이 불다가, 너무 아프니까 청춘이라니까, 제도는 개선되지 않고 할 수 있다, 괜찮다, 위로만 하니까. 반감이 생겼다랄까요. 뭐. 책 제목은 맘에 안 들지만 내용은 좋아요. 이 책은 밀실의 책상에 앉아 쓰신 글이 아니래요. 천지사방 열..

<소설가의 일> - 김연수

이 책 제목이 '소설가의 일'이지만, 소설은 아니에요. 에세이 형식으로 소설을 쓰는 감정이나 태도 등 크게 아울러서 자연스럽게 풀어나가요. 처음엔 소설 쓰는 법을 알고 싶어서 샀는데, 안 알려주고 주저리주저리 자기 얘기만 하니, 잘 못 샀나? 싶기도 했죠.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빠져드는 거에요. 저도 다른 소설 작법 책이 있지만, 처음부터 단계별로 나열해서, 미션 주고 설명만 하는 비법 책들은 지루하더라고요. 김연수 작가님의 의도를 약간 간파했어요. 이래서 에세이 형식으로 쓰셨구나, 쓸 때의 감정도 엿보거나 가치관까지도 함께 알 수 있어서 꽤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돼요. 자신이 언제, 어떻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소설가가 됐는지, 그 당시 느꼈던 감정과 행동들도 알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일반 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변신.시골의사> - 프란츠 카프카

주인공인 그레고르 잠자(이하 그레고르)는 자고 일어나니 벌레로 변해있다. 본인도 당황스럽고 회사에 갈 시간도 지나서 몸을 빨리 일으켜보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어떻게 일어나고 걸어야 할지도 막막하다. 그레고르가 출근 시간이 지나서도 회사에 오지 않자, 사장님의 지배인이 그레고르의 집에 찾아온다. 지배인은 그레고르의 아버지와 어머니, 누이동생과 함께 잠겨있는 그레고르의 방 문 앞에서 그레고르를 설득한다. 어머니는 그레고르만큼 착실한 아이가 없다고, 분명 어딘가 아플 거라고, 그래서 지금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배인에게 호소한다. 그레고르는 지배인에게 지금 잠시 몸이 불편해서 못 나가고 있는 거라며 회사로 가 계시면 곧 가겠다고 설득한다. 하지만 지배인은 강고하고 결국 그레고르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결..

<김수영 전집 1 - 시> - 김수영

난 시에 대해서, 문학에 대해 잘 모른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인물이 누군가의 글을 읽어봐라, 하면 읽는 식이다. 정치나 사회 역사적인 배경에서 김수영 시인을 빼놓을 수 없다길래 읽어봤다. 사실, 처음에 몇 개 읽었을 때는 한자도 많고 시대와 동떨어진 느낌도 있고 해서 지루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나도 모르게 김수영 시인의 문투를 따라하고 있었다. 짧은 일상을 전하더라도 김수영 시인을 닮고 싶어졌다. 민음사에서 나온 김수영 전집 1 시편에서 내 마음에 들었던 시들을 기억하고 싶어 남긴다.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 -1947년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이 있다 이것은 먼 바다를 건너온 용이하게 찾아갈 수 없는 나라에서 온 것이다 주변 없는 사람이 만져서는 아니 될 책 만지면은 죽어버릴 듯 말 듯 되는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이병률 작가를 알게된 건 얼마 전 떠난 여자친구를 통해서였다. 2~3달 정도 전이었나? 오빠는 글이 너무 딱딱하다며, 이런 글을 써보라고 블로그 링크 글을 알려줬다. 보니 이병률이란 작가의 끌림이었나, 이 책이었나. 기억은 자세히 나지 않지만 그냥, 글이 내게 훅 왔다. 참 좋다고 생각하고 기억해뒀다가 이 사람의 책을 한 번 사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잊었다. 읽어야할 책들, 그 중간중간에 내 마음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새로운 책들이 많았기 때문에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한 달 조금 넘었나. 나름 진지한 미래를 그리며 꽤 오래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이별을 맞았다. 숫기가 없어서 20대가 돼서야 처음 사귄 여자친구였다. 20대 초중반, 후반 조금 못 미치는, 거의 20대를 그녀와 보냈기 때문에 고통이 꽤 컸..

<개밥바라기별> - 황석영

요즘 드는 생각들이 있다. 여기에 글을 길게 쓴다고 누가 읽어줄까.하는 생각. 나도 책을 좋아하고, 글을 좋아하지만, 남의 블로그에 가서 길다 싶으면 끝까지 읽지 않는다. 어쩌다 흥미가 붙는 글을 만나면 다 읽게되지만.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신문에 오피니언 등을 읽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건지. 참 나도 재수없다. 그래서 이제는 스스로 취해 길게 쓰는 글을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형식에 맞춰 쓰기보다는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써야겠다. 자꾸 내 블로그를 남들 시선에 맞추려 하다보니, 블로그에 올리는 게 부담이 된다. 그 이름도 유명한 황석영 작가의 '개밥바라기별'을 읽었다. 난 소설을 안 좋아함에도 불구, 이 소설이 끌려서 샀다. 유튜브에서 이 소설에 대한 출판간담회 같은 걸 하는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