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 사유 (124)
영혼의 요양소
'기적'과 '미쳐라'와 같은 제목을 가진 부류의 책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독서라는 단어에 끌려서 선택했다. 읽는 도중 부끄러워졌다. 책 내용에서 이어령 선생님은 '이런 것도 책이냐? 시간이 아깝다'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무시하고 소홀히 여기는 책조차도 마다하지 않고 읽으셨다고 한다. 부정적인 느낌의 부류라고 생각했던 나를 보니 한 없이 부끄러워졌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많다. 최근 나온 책이 아니라 신경숙이 언급될 때마다 불편하긴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뭐. 핵심은 자투리 시간을 끌어모아서라도 오전 48분, 오후 48분씩 매일 읽고, 권당 평균 독서 시간을 100분 정도로 맞추라는 것이다. 게다가 독서한 양이 3년 이내에 1,000권이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지막지한가. 하지만 일리도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높은 능선에서 본 것은 무시무시한 거인이었다. 실제로는 이 거인에게 거대한 몸집을 선사한 바로 그것이 그가 지닌 최대 약점의 원천이기도 했다. 모든 종류의 거인과 맞서는 전투에서 필요하고 중요한 교훈이 여기에 있다. 강력하고 힘센 것들이 언제나 겉보기와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다윗은 용기와 믿음으로 사기충천해 골리앗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골리앗은 무엇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지에 깜깜했다. 상황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간파하기에는 너무 크고 느리며, 시야가 흐릿했던 그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잘못 말해왔다. 『다윗과 골리앗』은 이런 이야기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책이다." -30P 머리말에 있는 내용이다. 얼마나 설레는 머리말인가. 대단..
책 리뷰를 쓰려는데, 쓰기가 싫다. 피곤함이 밀려온다. 요즘에 드는 생각은 내가 창작한 글 쓰기도 버거운데, 읽은 책의 느낌을 적으려니 에너지가 양분되는 느낌이다. 모르겠다. 이렇게 주절주절 쓰면 어떻게든 쓰겠지란 마음으로 적고 있다. 도움되는 리뷰를 기대하고 들어오셨다면 실망하실지도 모릅니다... 아들러라는 유명한 고전 심리학자의 이론을 바탕으로 일본의 기시미 이치로란 작가이자 철학자가 쓴 책이다. 유명한 프로이트의 생각을 들어보면, 인간은 대체로 성향이 정해져 있고, 구분될 수 있고, 환경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흐름을 주장한다. 반면, 아들러는 성향은 정해지지 않고, 마음 먹기에 따라 변할 수 있으며, 성격이나 환경을 얘기하는 것은 핑계에 가깝다고 재수 없게(?) 얘기하는 사람이다. 현실을 살..
삼각관계 스토리다. 폴과 로제, 그리고 시몽. 이름만 보면 폴이 남자, 로제가 여자일 것 같지만, 반대다. 폴이 여자, 로제는 남자. 39살의 여자 폴은 실내장식가다. 그의 오래된 연인 로제는 폴보다 나이는 많으며, 직업은 운송 관련업을 한다. 폴은 로제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로제는 권태를 느끼고 여러 여자를 만난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폴은 로제가 좋다. 이미 모든 게 익숙해져 버린 걸까. 이들 사이에 수습 변호사인 25살의 어리고 잘생긴 남자 시몽이 등장한다. 시몽은 폴을 짝사랑한다. 폴과 잠자리를 가지게 되지만, 끝끝내 그녀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 참 서글프고, 읽는 내내 결과가 뻔하지 않아서 짜증나는 소설이랄까. 소설 자체에 짜증나는 게 아니라, 내용이 너무 안타까워서 상상하느라 내가 시몽보다..
2007년 나온 조금 오래된 책이다. 중고서점에 갔다가, 어머니가 고른 책. 정작 사온 어머니는 보지 않으시고 시간이 지나 내가 읽는다. 조영남의 유별난 행동들에 긍정적이진 않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감정적이랄까. 그런 부분들. 굳이 이해하려 하진 않지만, 나는 이해가 간다. 그를 이해하지 않지만, 그런 자세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이해한다. 나는 미술에 문외한이고, 현대미술은 더더욱 문외한이다. 미술을 알고 싶다. 깊지는 않아도, 작품을 보는 매뉴얼은 알고 싶다. 그래야 내가 하는 삶의 창작 활동이 보다 독창적이고 아름다워질 것 같아서. 누구도 김광석처럼 처절하리 만큼 투명한 노래로 우리의 심금을 울릴 수가 없다. 어째서 그런가. 그들의 노래에는 고흐와 고갱처럼 죽음과 늘 정면대결을 벌여야..
나는 김수영처럼 살 수 있는가. 지위와 권력에 굴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며칠 전 이어령 선생님이 나온 프로그램을 보고 혼란이 생겼다. 이어령 선생님께서는 일본을 품고, 그들과 함께 그들의 군국주의와 싸워야 한다고. 일본 국민들도 군국주의의 피해자라고. 광복절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일본에게도, 일본이 지배했던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기뻐할 날이라고. 일본 국민들도 나라를 위해 남편, 아들들을 희생해야 했으니까. 이어령 선생님은 자신도 저항하는 문학을 많이 썼지만, 이제 젊은 세대에게는 품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하셨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을 바라보자면, 꼭 절실하게 저항을 해야 하는지, 서로의 타협점은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저항한다고 거인들을 이길 수가 있는가. 물론, 눈앞에서 세상이 바뀌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