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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철학

우리집 새끼 똥개 썰

온화수 2014. 10. 9. 15:44

 

 

 

 

 

우리집 똥개인데요. 얘는 저만 보면 드러누워요. 우리 집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 배를 만져줬더니 아저씨들 온탕에서 모든 걸 다 내려놓은 표정 있죠. 그 표정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만 보면 드러눕는 거에요. 만져달라고.


사실 전 만지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애완견은 안 키워봐서 모르겠고, 똥개들은 커 가면서 냄새도 나고 비 오는 날 아니면 물이 몸에 닿는 날도 없잖아요. 그래도 새끼 때는 어쩔 수 없이 그걸 감수하는 귀여움이 있으니 몇 번 손은 가요. 커 가면서는 그냥 지켜보기만 하죠. 그러니 쟤 입장에서는 얼마나 애가 타겠어요. 맨날 만져주는 것도 아니고, 기약도 없이 어쩌다가 한 번 손이 가니. 보면 매일 반겨주기는 하는데 자기에게 손을 안 대니 끙끙 앓고. 플라토닉 러브도 아니고 말야. 개답답할 거야.


씻겨주면 되지 않냐는 의문이 가지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똥개들은 물에 질색을 하고, 매번 묶여있다가 한 번 풀어주면 난리가 나요. 내 시간 낭비하면서 굳이 씻겨 줄 이유도 모르겠고. 제 생각은 그래요.


얘 오기 전에 큰 강아지 2마리가 있었는데 복날 전에 팔려갔어요. 엄마 몰래 집안으로 끌고 들어와서 씻겨준 적이 있었는데, 한 마리 씻겨주고 나서 일단 욕실 밖으로 내보냈는데, 제 방으로 가서 오줌을 싸놓더라고요. 어떻게 제 방을 알고.


다 말려주고 각자 목줄을 묶는데 너무나도 완강한 거부에 진을 뺐어요. 자기가 다시 묶이는 걸 아니까. 그리곤 다음 날 비가 바로 오더니 전날 목욕시킨 게 소용없더라고요. 소용없다라는 게 겉보기에만. 목욕을 막 마쳤을 때 개들이 상쾌했을 걸 생각하면 소용없는 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