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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철학

141009 꿈, 미래, 현실

온화수 2014. 10. 9. 16:19

01

요즘 나는 정말 책을 좋아하는 건지, 좋아하는 '척'을 하는 건지 헷갈린다. 좋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아닌 건데, 뭐가 그리 어려운지.

 

02

나는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글쓰기를 질색했다. 지금도 질색하지만 그 전보단 덜하다. 책을 읽다보니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고, 이런 저런 코멘트를 듣다 보니 잘 쓰고 싶고. 그래서 조금은 글쓰기에 관심이 생긴 것 같은데. 이게 '진짜' 좋아하는 건지, 남들이 나를 근사하게 평가해주니 좋은 건지. 타인의 시선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데, 의문이 있다. 나를 평가해주는 사람들 없다면,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혼자해도 즐거운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런 게 존재하기는 할까. 내가 글을 좋아하는데, 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즐거워야 하는 건가? 혼란스럽다.

03

우울한 생각을 많이 한다. 한 사람이 떠나간 뒤로 내 삶은 더더욱 엉망진창이 돼간다. 이게 내 그릇이다. 내가 가장 밑바닥을 기고 있을 때의 모습도 내 모습인 거다. 착한 척, 정의로운 척, 의식있는 척, 따듯한 척. 물론, 척을 한 건지 그때 그런 모습들이 끌려서 행동을 그렇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정말 비루하다. 이겨내야겠지.

 

04

맘에 드는 여성을 보면 돌진한다. 진짜 좋으면 말보다 몸이 간다. 내 인생을 찾고자 도로 위의 차에서 내려 방향 없이 걷고 있다. 좋아하는 척이 아니라, 진짜 좋으면 연봉이 적든, 정년이 적든, 미래가 불안하든 그냥 몸이 가야 한다. 내가 글을 좋아한다고, 작가가 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던 건 거짓말인 것 같다. 그냥, 내가 잠시 그들에게 쓸모없는 인간이 아니라는 걸 변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고 싶으면, 몸이 가서, 당장 해야 하는데, 자꾸 흔들린다. 자신감도 없고. 노력의 여하에 따른 게 아니라, 나는 책과 글을 정말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사랑하는 '척'을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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