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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삶을 관통하는 질서 속 지혜는 무엇일까.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어떤 것들을 채비해야 할까. 그저 신념 하나만 지켜나가면 되는 것인가? 신념을 '하나'라고 규정짓기도 참 오만한 일이기도 하다. 신념에는 다양한 철학이 집약되고, 그걸 잘 풀어내야 어떤 형태가 되는 것인데. 결국 '하나'라는 건 '임시적인 하나'지. 세상에 완전히 굳어서 '하나'인 게 존재할까? 자갈에 붙은 먼지를 자갈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먼지가 자갈의 미세한 파편이라면, 떼어졌을 때 자갈의 개수는 줄어드는 것인가? 우주에 영원한 것은 없지. 무엇이든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안 좋게 변하기 마련이야. 음식이나 연인과의 사랑, 인간관계 등등... 자꾸 움직여야지. 음식을 빨리 먹어버리거나, 냉장고에 넣어서 오래..
01 세상에 많은 부채를 진 나는 모든 소리를 무음으로 해놓는다. 어쩌다 새로운 곳으로부터, 미처 무음 해놓을 수 없는 낯선 곳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나는 설렘보단 전신이 두려움으로 떨린다. 이기적이게도 나는 내 말만 뱉을 뿐 제대로 타인의 말을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 난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 유별난 난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까다롭지 않아야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할 때 서로 편하기 때문에, 나는 그저 관계에 집착하지 않는다. 집착하고 싶어도 집착하는 방법을 모른다. 나라는 사람이 사는 이유는 사랑인 것 같은데, 그로 인해 잦아드는 구속은 예민한 내게는 반갑지 않다. 모순이다. 내가 사는 이유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부딪는다. 아직 나는 자유..
책 리뷰를 쓰려는데, 쓰기가 싫다. 피곤함이 밀려온다. 요즘에 드는 생각은 내가 창작한 글 쓰기도 버거운데, 읽은 책의 느낌을 적으려니 에너지가 양분되는 느낌이다. 모르겠다. 이렇게 주절주절 쓰면 어떻게든 쓰겠지란 마음으로 적고 있다. 도움되는 리뷰를 기대하고 들어오셨다면 실망하실지도 모릅니다... 아들러라는 유명한 고전 심리학자의 이론을 바탕으로 일본의 기시미 이치로란 작가이자 철학자가 쓴 책이다. 유명한 프로이트의 생각을 들어보면, 인간은 대체로 성향이 정해져 있고, 구분될 수 있고, 환경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흐름을 주장한다. 반면, 아들러는 성향은 정해지지 않고, 마음 먹기에 따라 변할 수 있으며, 성격이나 환경을 얘기하는 것은 핑계에 가깝다고 재수 없게(?) 얘기하는 사람이다. 현실을 살..
이별한 사람들은 왜 서로에게 죄가 되어야 할까. 몸은 성인이지만, 어린아이 같은 극도의 추한 모습까지 공유해서였을까. 아니면 치기어린 영원함의 약속, 둘로 나뉠 때마저 각자의 삶을 응원한다던 어리숙했던 언어들, 수분 없는 삶에 세상을 긍정적으로 왜곡시키는 사랑이 낭만적이지만은 않구나,라는 꿈을 깨고 싶지 않아서, 이런 저런 이유들로 과거를 외면하는 것일까. 사회 생활을 잘해서 감정에 무뎌져가는 친구들은 그저 마주치라 한다. 하지만 난 담대하지 못해서, 이별이 꽤 지났음에도 많은 것들이 생각나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서로 불편하니까. 최대한 마주치지 않고 그나마 좋은 감정을 유지했으면 해서. 이별 후 마주치면 안 좋은 감정이 생산되니까. 그런 마주침의 경험이 처음이라, 괴로웠지만 싫지만은 않은 감정이라..
A는 한 달만에 콜센터를 그만두었다. 어떤 목표도 더는 상실했으며, 혼자 살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수습 기간 중 퇴사한 것인데, A의 입장을 들어보자면 이렇다. 애초에 전화 받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 만연했고, 은근히 영업을 해야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영업직이 아니어도 여느 회사를 가도 그런 부분이 있는 거겠지만, 예민한 A에겐 너무나도 거대한 거인의 그림자로 다가왔다. 처음엔 전화만 받는다고 하다가, 점점 영업을 하게 만들었다. AS 전화를 받다가도 접수를 끝내면 바로 서비스의 연장인 척 영업을 하는 것이다. 지금 순간을 견뎌서 버텨낸들, 또 다른 장벽이 끊임없으리라,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A에겐 과거 그런 경험이 있었다.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나가려는 사람을 붙잡고, 패배자 취급을 하려 한다..
삼각관계 스토리다. 폴과 로제, 그리고 시몽. 이름만 보면 폴이 남자, 로제가 여자일 것 같지만, 반대다. 폴이 여자, 로제는 남자. 39살의 여자 폴은 실내장식가다. 그의 오래된 연인 로제는 폴보다 나이는 많으며, 직업은 운송 관련업을 한다. 폴은 로제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로제는 권태를 느끼고 여러 여자를 만난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폴은 로제가 좋다. 이미 모든 게 익숙해져 버린 걸까. 이들 사이에 수습 변호사인 25살의 어리고 잘생긴 남자 시몽이 등장한다. 시몽은 폴을 짝사랑한다. 폴과 잠자리를 가지게 되지만, 끝끝내 그녀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 참 서글프고, 읽는 내내 결과가 뻔하지 않아서 짜증나는 소설이랄까. 소설 자체에 짜증나는 게 아니라, 내용이 너무 안타까워서 상상하느라 내가 시몽보다..
친구 중에 상섭이라고 있어. 걘 대학을 그저 졸업만 하고 3년간을 방황했어. 언론사며 광고 회사며 짧았던 인턴들, IT쪽에도 덤벼보기도 했고, 타지에 숙식하며 망노동을 하기도 했고, 옷 매장, 편의점, 생수 공장, 아파트 계량기 교체 등등 더 나열하기에도 벅찬,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수많은 일들을 전전했어. 그 친구가 알바를 많이 했다는 게 요점이 아니라, 참 수직적으로 격차가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스쳐간 거 같아서 신기하기도 해. 유별난 놈이야. 상섭은 내게 술자리에서 그런 얘길 한적이 있어. “나름 기득권이란 사람부터 밑바닥 사람들과도 인연을 맺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 허무해져만 가더라. 기득권과 연을 맺으면, 내 스스로 그 수준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멀리하게 되고, 밑바닥 사람들은 격의 없..
2007년 나온 조금 오래된 책이다. 중고서점에 갔다가, 어머니가 고른 책. 정작 사온 어머니는 보지 않으시고 시간이 지나 내가 읽는다. 조영남의 유별난 행동들에 긍정적이진 않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감정적이랄까. 그런 부분들. 굳이 이해하려 하진 않지만, 나는 이해가 간다. 그를 이해하지 않지만, 그런 자세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이해한다. 나는 미술에 문외한이고, 현대미술은 더더욱 문외한이다. 미술을 알고 싶다. 깊지는 않아도, 작품을 보는 매뉴얼은 알고 싶다. 그래야 내가 하는 삶의 창작 활동이 보다 독창적이고 아름다워질 것 같아서. 누구도 김광석처럼 처절하리 만큼 투명한 노래로 우리의 심금을 울릴 수가 없다. 어째서 그런가. 그들의 노래에는 고흐와 고갱처럼 죽음과 늘 정면대결을 벌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