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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김영하 작가 말처럼 ‘나는 죽기 전에 뭘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답은 확실하다. 그게 소설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감정이나 회한을 배설하고 죽을 것이다. 이렇듯 글쓰기는 인간이 최후까지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무덤에도 글을 새기는 걸 보면 인간 욕망의 최종 목적지는 글이 아닐까. 사회에선 솔직하게 자기를 오픈하면 아마추어라는 인상을 풍긴다. 언제 어디서나 구설수에 오르고 씹히는 먹잇감이 되지 않는 게 무리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무리를 짓고 다수를 따르고 비슷해진 자기를 보며 안심을 한다. 대신 그만큼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볼 시간은 반비례 한다. 점점 ‘나’보다는 ‘우리’다워진다. 무엇이 옳다고는 할 수 없으나, 요즘 너무나도 ‘나’를 들여다보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려 ..
[기우장면_김홍도] 철학, 문학, 역사, 미술 등의 예술과 문화가 나라 발전에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생각이 우리나라에 팽배하다. 모 철학자가 그랬다.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선진 문물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서양을 넘어 우리가 없던 길을 만들려면 예술이 필요하다고. 그 시대의 감동,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현실에서 새로운 것을 적용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모든 것에 있어 고전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다. 가장 오래되고 전 세계인에게 인정 받은 공통된 감동의 빅데이터가 고전일 것이다. 대신 그 감동의 비법을 쉽게 알려주진 않는다. 읽는 눈을 키워야 한다. 그런 감정이나 흐름의 패턴을 읽고 디자인을 적용하고, 수학 공식을 만들고,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구글도 보잉도 이 남자에게 리더십 배웠다 “내가‘하지만(but)’이라는 말은 절대 쓰지 말라고 했죠? 벌써 세 번째예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한 귀퉁이의 시끌벅적 한 커피숍에서 만난 리더십 컨설팅 전문가 마셜 골드스미스(Marshall Goldsmith) 박사는 머리가 훤 하게 벗어진 마른 체격의 할아버지였다. 그는 기자가 “하지만…”이라는 말을 꺼낼 때마다“ 또 걸렸다!”라면서 박장대소를 했다. 공책을 꺼내놓고 직접 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번에 10달러씩 벌금을 매길 테니 나중에 자선단체에 기부하세요.” “‘하지만’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하지만’ 같은 부정적인 말은 은연중에 대화 상대방에게‘나는 맞고 당신은 틀리다’라는 인상을 주는 아주,..
신경 안 쓰는 오래된 책장 속에서 명저를 발견했다. 조지오웰의 는 1948년에 미래를 예측하며 쓴, 사회를 감시·통제하는 빅브라더 체계를 그린 디스토피아적 소설이다. 출판사 이름을 검색해보니 영등포 신길동에 아직 있는 것 같다. 역자의 말을 쓴 날짜는 1983년 5월이다. 1984년을 야심 차게 기다리며 새롭게 번역한 게 아닐지. 책 안에 책갈피 대신 누런 신문지가 껴있다. 1984년 2월 22일 자 조선일보 사설. "저기록 이대로 두긴가 -사라예보 충격을 겪고 몇가지 당부-"라는 제목. 한문도 많고 세로로 읽게 돼 있다. 리드문만 적자면 "화끈하게 잘도 달아 오르고 잘도 식어 버리는 민족성 때문인지, 어느 분야에서건 실패를 거두면 마냥 삿대질만 하고, 고함을 지르기는 잘하지만, 진작 그 실패에 대해 냉..
이 책은 작년에 샀다. 친구 일터에 들렀다가 어떤 책을 사려고 했었는데, 그 책이 없어서 고심하다가 고른 책이다. 난 강신주씨 책을 감정수업만 끝까지 빠져서 읽어봤고, 그 책에 빠져서 '철학vs철학'에 무심코 도전했다가 패했다.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이란 책도 읽다가 흥미가 없어져서 접었다. 그럼에도 다시 강신주씨의 책을 짚어든 건, 살 당시에 딱히 살 책도 없었거니와, 그나마 호감이 가는 작가였기 때문이다. 철학적인 생각을 좋아하지만 철학은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라 강신주씨 책이 쉬워서 마음이 간다. 플라톤의 향연을 읽어보는데 이건 뭐... 도저히... 재미도 없고 내가 시험볼 것도 아닌데 왜 읽고 있지란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난 쉽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좋다. 그러다 푹 빠지고 내 지식이 늘어나면..
화제의 지대넓얕 2 편인 현실 너머 편이다. 2 편 모두 샀는데 집중력이 딸려서 그런지, 1편보다는 흡입력이 있지 않았다(개인적으로). 현실너머 얘기라 그런지 몰라도 1 편을 읽고 이미 궁금증을 어느 정도 채운 느낌이랄까. 그래도 철학이나 예술, 종교에 관심이 있어서 끈기 있게 읽어나갔다. 샀으니까. ㅋㅋㅋ 이 편은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되었다. 전체가 진리에 대한 세 가지 견해로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를 중심으로 일관되게 구조화돼있다. 진리의 후보인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가 각각 역사적인 흐름에 따라서 위 세 가지 견해를 기준으로 전개되어 있다. 차례만 봐도 골치가 조금 아프다. 그래도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위해 참고 읽어나가자. 관심 없는 분야라도 타인과의 지적..
이 책은 서점에 놀이터처럼 들렀다가 급하게 산 책이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구가 있고, 욕구를 넘어서 글로 이루는 게 하나쯤 있었으면 싶고. 그래서 골랐나보다. 이걸 구입할 때는 별다른 책에 관심이 없었을 뿐더러, 고전 소설을 읽어서 에너지를 많이 소비했다. 보다 쉽고 실용적인 책을 읽고 싶었다. 저자가 생소했다. 이 책 소개를 보는 방문자들도 생소할 것 같아서 올려본다. 저자는 소설과 심리학의 연관성에 큰 관심이 있어 그 부분을 깊이 다루었다고 한다. 심리학은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소설은 어떻게 처음부터 쉼 없이 플롯을 이어갈까?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익힐 수 있을까?와 같은 문제 의식을 갖게 했다고. 독자의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적절한 단어를 찾아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이유는 뇌의..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관련된 많은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는 게 많다. 자본론이니... 뭐 그런 책들 있지 않은가.. 두껍고 어렵고 재미없는 책. 그러나 읽은 척 하고 싶은 책. 항상 읽어야지 해놓고 현실에서 우선 살아남기 위한 책부터 읽으니 못 읽는 그런 책들. 그래서 신문을 보수와 진보 진영 나눠 보면서도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런 얕음... 이 책 제목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지만 이 보다도 안 되는 표면적인, 기사 자체를, 이쪽 아니면 다른 한쪽의 기사를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는 지극히 얕음... 어디서부터 이 난제를 해결해야 할지, 이 책 읽기 전엔 문제 의식조차 잘 못 느꼈다. 결론은 내겐 매우 재밌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안다면 이 책을 적극 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