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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도착한 곳은 서울 북쪽의 한 고시원이었다. 요즘엔 나름 시설이 세련된 고시텔이라고도 불리는 곳이 많은데, 이곳은 정말 고시원 중에서도 최악의 고시원이었다. 침대 시트는 스프링이 휘었는지 굴곡져 있었고, 냄새도 요상했다. 벽엔 바퀴벌레 한 마리가 천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외할머니의 사진이었다. 외할머니는 고시원 근처의 강변에서 돌아가셨다고 했다. K는 혼자 거주하고 있던 외할머니의 고시원 짐을 정리해야 했다. 그는 소변이 급해서 화장실이 어디냐고 총무에게 물은 후 기웃거리며 찝찝한 화장실 손잡이를 몸쪽으로 당겼다. 찬 공기가 먼저 느껴졌고, 소변과 나프탈렌이 섞인 불쾌한 향이 코를 찔렀다. 숨을 막고 힘들게 소변기 앞으로 다가갔다. 소변기 아래엔 노인의 새치 같은 힘없는 잿빛 털들이 2센티는 될..
영적인 것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내용이 어떤지도 모르고 그저 제목에 끌려서 샀다. 종교 분야 판매 순위가 2위길래, 큰 의심 없이 산 것도 있고. 주역이 뭔지도 몰랐다. 들어보긴 했으나, 구체적이진 않았고, 어릴 적 아버지께서 한자가 적힌 나침반을 들고 다니긴 하셨는데, 막연하게 그런 건가 싶기도 했고. 지금 그게 떠올라서 대충 찾아보니 풍수지리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내 전공은 광고였는데, 전공 학점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좋은 건 흠뻑 빠지고, 하기 싫은 것 앞에선 쳐다보지도 않는다. 누구나 그런 것 같지만, 주변과 비교해서 유독 내가 그런 점이 강한 것 같다. 학점 좋았던 과목들은 예술이나 전통 문화, 종교나 인간, 철학 수업들이었다. 4학년 1학기 때까지 선배들이 해온 방식만을 따르다가 졸업 ..
를 읽고 나서, 아니 읽는 도중에 내 방 안에 있던 필요 없어진 물건들을 한 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된 핸드폰들, 재작년에 구입한 크리스마스 카드, 전 여친이 사준 괴로움으로 도배된 다이어리, 무엇 하나 규칙적으로 하지 못해 2일 분 남은 약봉지들, 작년 펌 했을 때 구입했던 왁스, 인터넷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해 사은품으로 딸려 온 큐브, 책을 집착해 띠지마저도 버리지 못하는 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모은 것들을 버리려 분류를 하기 시작했다. "옛날 핸드폰이네. 이거 왜 버려. 나중에 가게 차리거나 하면 좋잖아." 엄마는 내게 말했다. "아니야. 버릴 거야." 나는 매몰차게 말했다. "이거 좋다니까. 나중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필요할지도 모르잖아." 엄마는 다시 한 번 나를 설득했다. "아니..
이 책은 미니멀리스트에 관한 책이다. 미니멀리스트는 필요한 물건만을 소유하는 추구하는 사람들이랄까. 물건 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든 삶에서든 자기가 필요한 것에만 집중하려고 하는 사람들. 쓸 데 없는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다. 나는 타인의 눈을 잘 의식하지 않고 내 삶을 꾸리려 하는 성격이라, 이 책 제목만 보고도 끌렸다. 책 소개를 보니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책이라길래, 별 고민 없이 샀다. 나도 충분히 미니멀리스트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더 많은 깨달음을 알게 되었다. 몰입해서 하루만에 읽었다. 기분이 좋다. 추억이 서려 있는 편지와 같은 경우, 편지는 버리고, 그 전에 저자는 모두 스캔해서 구글 드라이브 같은 곳에 업로드 해놓는다고 한다. 버리기 안타까운 물건도 사진을 찍어..
이 책은 명사 50인을 뽑아 각자 인생에서 후회되는 한 가지를 고백하는 내용이다. 50인을 나열해보자면. 박경철, 박승, 전무송, 이윤택, 김운경, 구효서, 조영남, 엄홍길, 김덕수, 윤후명, 박동규, 이원종, 문용린, 최정임, 이만열, 김성녀, 한경희, 정경화, 최백호, 장사익, 한승원, 김형경, 정민, 이이화, 신율, 이정우, 김명곤, 강지원, 손숙, 김홍탁, 배한성, 이호재, 승효상, 오현경, 김대진, 이지성, 김동규, 김인식, 박명성, 최태지, 김정운, 정이만, 김창완, 안성기, 공병호, 남경읍, 마광수, 조수미, 이순원, 김홍신 50명이다. 한 권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짧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나는 그랬다. 평소 관심 분야가 다양하지만, 50인 중 몰랐던 사람도 ..
평소 계획적이라기보다는 즉흥적인 성격이라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기였다. 그러다 우연히 비밀독서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감명을 받았다. 어머 저건 바로 사야 할 것 같아서. 자기계발서인데,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책에서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적어가며 읽는 형식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양하게 던지고, 모호한 목표와 비전을 독자 스스로가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서적이라기보다는 축구 잡지나 지큐와 같은 잡지 두께라서 부담스럽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게, 되고자 하는 게 모호하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왜 살아야 하는지 회의감을 느낄 때, 사는 게 공허할 때, 그런 자신을 이 책은 끊임 없이 복돋아준다. 자신이 좋아하는 점이 무엇인지, ..
이 책의 저자는 에밀 아자르지만, 에밀 아자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로맹 가리라는 프랑스의 유명한 소설가가 가명으로 신분을 숨기고 출판한 책이다. 프랑스의 3대 문학상 중 최고 권위의 공쿠르 상이 있는데, 한 명의 작가에게 한 번의 수여만을 원칙으로 하는 상이다. 공쿠르상의 수상자에게는 평생 출판의 기회가 보장이 되고 권위 있는 반열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로맹 가리는 일찍 공쿠르 상을 수상하고 오래 명성을 지니지만, 이후 비평가들에 의해 한물 간 작가라는 평가들을 받게 된다. 그런 로맹 가리는 가상의 이름 에밀 아자르로 공쿠르 상에 작품을 출품하게 되고, 그 작품인 '자기 앞의 생'이 수상하게 된다. 최초로 한 작가가 두 번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주인공인 모모는 아랍계 소년이다. 사실 이름은 모..
논어가 대한민국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누군가는 말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진 세상을 만들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불가능하다고 해도, 나부터 논어를 읽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논어에서 공감한 내용들을 발췌했는데, 내가 위 내용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감한 부분들은 내가 그러질 못해서 부끄러움을 느낀 대목들을 옮겼을지도 모른다. 논어를 읽고 이런 곳에 공유한다고 위선 떠는 게 아니라, 그러지 못했더라도, 앞으로도 완벽히 논어처럼 살 수는 없어도, 방향성은 마음에 품고 싶어서. 밑줄 긋기 군자와 소인_2.14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원만하지만 붕당을 이루지 않고, 소인은 붕당을 이루지만 원만하지는 않다." 나은 자에게서 배워라_4.17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현명한 사람을 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