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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삼각관계 스토리다. 폴과 로제, 그리고 시몽. 이름만 보면 폴이 남자, 로제가 여자일 것 같지만, 반대다. 폴이 여자, 로제는 남자. 39살의 여자 폴은 실내장식가다. 그의 오래된 연인 로제는 폴보다 나이는 많으며, 직업은 운송 관련업을 한다. 폴은 로제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로제는 권태를 느끼고 여러 여자를 만난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폴은 로제가 좋다. 이미 모든 게 익숙해져 버린 걸까. 이들 사이에 수습 변호사인 25살의 어리고 잘생긴 남자 시몽이 등장한다. 시몽은 폴을 짝사랑한다. 폴과 잠자리를 가지게 되지만, 끝끝내 그녀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 참 서글프고, 읽는 내내 결과가 뻔하지 않아서 짜증나는 소설이랄까. 소설 자체에 짜증나는 게 아니라, 내용이 너무 안타까워서 상상하느라 내가 시몽보다..
2007년 나온 조금 오래된 책이다. 중고서점에 갔다가, 어머니가 고른 책. 정작 사온 어머니는 보지 않으시고 시간이 지나 내가 읽는다. 조영남의 유별난 행동들에 긍정적이진 않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감정적이랄까. 그런 부분들. 굳이 이해하려 하진 않지만, 나는 이해가 간다. 그를 이해하지 않지만, 그런 자세가 어디서 나왔는지는 이해한다. 나는 미술에 문외한이고, 현대미술은 더더욱 문외한이다. 미술을 알고 싶다. 깊지는 않아도, 작품을 보는 매뉴얼은 알고 싶다. 그래야 내가 하는 삶의 창작 활동이 보다 독창적이고 아름다워질 것 같아서. 누구도 김광석처럼 처절하리 만큼 투명한 노래로 우리의 심금을 울릴 수가 없다. 어째서 그런가. 그들의 노래에는 고흐와 고갱처럼 죽음과 늘 정면대결을 벌여야..
나는 김수영처럼 살 수 있는가. 지위와 권력에 굴복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며칠 전 이어령 선생님이 나온 프로그램을 보고 혼란이 생겼다. 이어령 선생님께서는 일본을 품고, 그들과 함께 그들의 군국주의와 싸워야 한다고. 일본 국민들도 군국주의의 피해자라고. 광복절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일본에게도, 일본이 지배했던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기뻐할 날이라고. 일본 국민들도 나라를 위해 남편, 아들들을 희생해야 했으니까. 이어령 선생님은 자신도 저항하는 문학을 많이 썼지만, 이제 젊은 세대에게는 품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하셨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을 바라보자면, 꼭 절실하게 저항을 해야 하는지, 서로의 타협점은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저항한다고 거인들을 이길 수가 있는가. 물론, 눈앞에서 세상이 바뀌진 않지만,..
책 내용 초반부는 흥미로우나 뒤로 갈수록 난해해지는 걸 느꼈다. 종교적인 얘기와 서양 사회와 결합된 사랑을 말하면서, 뭐랄까........ 몰입이 안 되고 억지로 읽었다. 하지만 초중반부까지는 꽤 흥미로웠다는 걸 일러두면서... 이 책을 사랑의 테크닉이나 코칭해주는 내용을 기대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어느 철학자의 사랑과 관계된 경험, 가치관 등을 사회 역할과 엮은 사상집 정도랄까....... 뭔가를 쓰고 싶으나 억지로 읽은 게 크기에 함부로 못 쓰겠다... 뭐 그래도 그나마 제일 와닿았던 부분을 인용해 느낀점이라도...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이바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발달하기를 바란다. 만일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나는 그(..
50개 시 중 끌리는 시 3개를 꼽았다. 김기택 시인의 시는 섬세한 묘사가 좋다. 나는 일상의 언어 사이에서 놓친 것들을 보려 애쓰는 데도, 시인의 눈은 정말로 비상하다. 나는 시와 같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표현에 서툴러,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 개인적으로 산문을 선호하지만, 시인의 문장은 한없이 부럽다. 오래 바라 본 결과인 건가. 시에 대해 얘기하는 건 정말 버겁다. 함부로 내뱉지 못하겠고, 난 생각이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판단이라고 판단하고. 난해하다. 생각의 표현을 누군가는 오만으로, 나는 그런 오만이 아니라고, 오해라고. 그런 오만을 저지른다. 그저 묵묵히 읽고, 생각하고, 내 안에 쟁여놓을 수 밖에. 한 명의 육체를 위하여 달려가던 승용차가 가볍게 들어올리자 사내는 조금도 꾸밈이 없는 동..
처음 본 사람에 대한 인상이 50일이 지나도 거의 바뀌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글도 첫 문장이 매력적이지 않거나 다음 문장을 궁금하게 만들지 않으면 몰입도가 떨어진다. 더구나 요즘처럼 영상에 수동적으로 길들여진, 짧은 호흡의 글을 선호하는 시대에 첫 문장은 더더욱 중요하다. 은 저자가 첫 문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23가지의 소설을 예와 함께 생각을 풀어 쓴 책이다. 카프카 , 이상 , 나쓰메 소세키 , 나보코프 , 제인 오스틴 , 사르트르 , 톨스토이 등등... 그래, 이곳으로 사람들은 살기 위해 온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곳에 와서 죽어가는 것 같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의 첫 문장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