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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1. 확고하게 상식으로 인식되는 의견을 하나 찾아보자. 용기 있는 행동에는 전장에서 후퇴하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 덕을 쌓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2. 잠시 상상해보자. 이런 의견을 내놓는 사람의 확신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거짓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 의견이 진실일 수 없는 상황이나 환경을 찾아보자. 용기가 있으면서도 전쟁터에서 후퇴하는 사람은 정말로 없을까? 전쟁터에서 꿋꿋하게 전투에 임하면서도 용기가 없는 사람은 없을까? 돈을 가졌으면서도 덕을 쌓지 못한 사람은 없을까? 돈은 없지만 덕이 높은 사람은 있지 않을까? 3. 예외가 발견되면, 그 정의는 틀렸거나 아니면 최소한 불명확한 것임에 틀림없다. 용기가 있으면서도 후퇴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쟁터에서 꿋꿋하게 전투에 임하고 있지만 용기..
다소 글 제목에 오해가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이 '닭강정'이라는 단어보다 '치킨'을 많이 검색할 것 같아서, 저렇게 적었다. 며칠 전, 친구 얼굴도 보고 술도 마실겸, 포천 시내에서 만나기로 했다. 포천 시내라고 하면 신읍동을 얘기하는데, 상권이 다소 조용해졌다. 의정부와 그나마 가까운 송우리라는 동네가 커지면서 신읍동은 변화가 없다. 근처에 군부대들이 있어서 일정 높이 이상 건물을 짓는데 제한이 걸려있다. 헬기 때문이려나. 10년 전만 해도 신읍동이 시끌시끌 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그래도 신읍동이 학창 시절 추억도 많고, 그쪽 주변 사는 친구도 많아서 신읍동에서 주로 만나는 편이다. 한 친구와 밤 9시나 돼서 만났다. 나머지는 9시 반 이후에 온다고 해서 어정쩡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
난 시에 대해서, 문학에 대해 잘 모른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인물이 누군가의 글을 읽어봐라, 하면 읽는 식이다. 정치나 사회 역사적인 배경에서 김수영 시인을 빼놓을 수 없다길래 읽어봤다. 사실, 처음에 몇 개 읽었을 때는 한자도 많고 시대와 동떨어진 느낌도 있고 해서 지루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나도 모르게 김수영 시인의 문투를 따라하고 있었다. 짧은 일상을 전하더라도 김수영 시인을 닮고 싶어졌다. 민음사에서 나온 김수영 전집 1 시편에서 내 마음에 들었던 시들을 기억하고 싶어 남긴다.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 -1947년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이 있다 이것은 먼 바다를 건너온 용이하게 찾아갈 수 없는 나라에서 온 것이다 주변 없는 사람이 만져서는 아니 될 책 만지면은 죽어버릴 듯 말 듯 되는 ..
엄마와 동네 편의점에 갔다. 바깥 테이블에서 아저씨 무리가 무리하게 술을 드시고 계신다. 그 밑에 강아지가 누워 한없이 기다리고 있다. 길가에 지팡이를 짚으신 할머니께서 횡단보도를 건너시려 하자, 그 테이블에 있던 한 아저씨께서 술 먹다 말고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리곤 할머니를 부축하고 차를 막는다. 강아지도 같이 따라 나선다. 안전하게 건너게 해드리고, 그 아저씨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와 술을 들이키신다. 강아지도 다시 테이블 밑에 눕는다.그 아저씨는 술을 다 드셨는지 콜택시 도착하니 쿨하게 가신다. 아저씰 따르던 강아지는 택시 앞에서 대기하다가, 떠나니, 쿨하게 횡단보도를 건너 자기 본래 서식지로 가는 것 같았다. 그 아저씨는 주인이 아니었던 거시다.엄마에게 물어보니 풍문에 저 아저씨는 ..
새벽 5시 반쯤 지나면 참새들이 울기 시작한다. 근데 요즘은 개체수가 늘었는지 유난히 시끄럽다. 찾아보니 번식기철인 요즘에 태어난 새끼 참새들이 우는 거란다. 둥지에 있을 때에는 천적들의 위험 때문에 울지 않지만, 부화하고 10일 정도 지나면 둥지를 이소하기 시작한단다. 둥지를 이소하고도 약 2~3 주 정도는 더 어미곁을 가까이 지키면서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얻어먹고 자라게 된다고. 둥지를 막 이소한 새끼 참새들의 경우에는 날갯짓은 할 수 있지만, 아직 자연에서의 먹이사냥에 학습되지 못해서 먹이를 스스로 찾지 못한다. 고로, 어미 참새들이 물어다주는 먹이에 의존해야 하므로, 굶주린 새끼 참새들이 고픈 배를 달래기 위해서 어미를 보챈다. 엄마에게 먹잇감을 얻어 먹으려고 새벽같이 따라다니며 우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난 동식물 이름을 잘 모른다. 그래서 카메라로 찍으면 동식물 이름이 나오는 어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구글 이미지 검색 비슷하게. 이 조그만 친구 이름이 궁금해서 엄마에게도 물어보고 구글에게도 물어봤다. 대충 풍뎅이과인 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신기하게도 찾았다. 침대커버가 꽃무늬라 숙녀인 줄 알았더니 남성이란다. 더듬이 모양이 일자로 돼 있으면 암컷이고, 삼지창 같이 갈라져 있으면 수컷이다. 그래서 이름은 등얼룩 풍뎅이.
며칠 전 불R 친구와 존나 심각한 얘기를 나누었다. 난 하고 싶은 게 없는 거 같다고. 그냥 단지 돈을 벌고 싶고, 그런 직업을 가져서 남들에게 근사하게 보이고 싶은 거 같다고. 친구도 자기 주변 얘기를 꺼냈다. 파일럿이 꿈이긴 했는데 경찰로 목표를 잡고 준비하다가 안 돼서 포기한 사람이 있다고. 그러다 자기가 평소 좋아하는 디제잉 했는데 그 자체로 즐기고 돈도 따라온다고. 나도 의견을 더했다. 그 사람은 파일럿이든 경찰이든 하고 싶은 게 아니었던 것 같다고. 제복을 입고 뿌듯함을 느끼는 것 때문에 파일럿 아닌 차선책을 찾은 거 같고, 경찰이 되고 싶다기보다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삶이 목표였던 것 같다고. 가령, 내가 시인이 되고 싶다고 치자, 그러면 돈이든, 주변에서 뭐라 하든, 정말 하고 싶으면 해야 ..
대학 시절, 해왔던 과제들을 쭉 봤다. 글 같은 건 이너넷에서 짜깁기해서 그런지 수준의 창피함을 덜 느끼는데, 피피티를 켜고서는 한숨부터 나왔다. 오색찬란 형형색색 글씨 색과 크기가 페이지마다 다르고, 글씨는 나름 줄인다고 했는데 왜 이리 많은지. 내용 흐름 자체도 논리도 없고, 막히면 그냥 얼렁뚱땅 패스. 그때는 그게 괜찮게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가 봐도 생각이 참 귀엽다. 디자인보다는 내용이고, 피피티 흐름을 잘 만들려고 따라 하기보다 책을 많이 읽었어야 했다. 내 머리의 흐름부터 채웠어야 했다. 그래도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행복하기도 했다. 지금도 항상 부족하지만, 지금보다는 그때가 어설퍼서, 어른이 다 된 줄 알고 작은 것들을 크게 착각해서, 그렇게 뿌듯함을 느낄 때가 좋았다. 어쩌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