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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세상이 즐겁니?라고 모두에게 묻고 싶다. 나는 썩 즐겁지 않다.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진 않아. 그런데 이런 상념들이 드는지. 난 너무 생각이 많다. 여태 취해왔던 목표들이 내가 '진짜' 원한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던 게 많아. 난 그저 남들 눈에 멋지게 보이고 싶었던 거지. 이제는 꿈이란 거 꾸지 않을래. 그냥 현실 앞에서 최대한 내 맘이 이끄는 곳으로 흘러갈래.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행동하겠다는 건 아니야. 내 맘이 원하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위해 살고 싶어. 그게 인간이 태어난 이유가 아닐까. 난 항상 누군가에게 묻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항상 질문을 한다. 그래서 그 질문의 답 근처에 가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걸 가져도 만족 못하는 타입인 것 같아. 그래. 비정상회담에서 이런 안건을 올..
전문 링크: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31/2014103103307.html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문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 글이나 말하기, 언설 행위로 여론 형성에 기여하려는 목표가 없다.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향이 전혀 없다. 그리고 나의 논리 앞에 남을 대령시키려는 의도가 없다. 말을 가지고 남과 정의를 다투려는 의도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글을 쓰느냐. 나는 나의 내면을 드러내기 위해 글을 쓴다. 내면을 드러내서 그것이 남에게 이해를 받을 수 있으면 소통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와 남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나와 남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도 크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반드시 소..
전문 링크: http://ppss.kr/archives/33227 "몇몇 작가들은 좋은 평가를 바랍니다. “인정받고” 싶어하죠. 이는 자신없음을 보여주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아닙니다. 잊으세요. 다른 작가들을 만족시키지 말고 당신의 정신을 공유하는 것에 신경쓰십시오."
노린재 한 마리 뒤집혔다 등이 둥근 방패 같아서 홀로 일어서기 버겁다 차라리 바람이라도 불면 누군가 건들기라도 하면 그걸 타고 일어설 텐데 거센 바람이나 천적의 위협이 때론, 위기에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준다 *노린재라는 벌레 한 마리가 부엌으로 들어왔다. 나는 벌레를 보면 휴지로 싸서 잡거나 터트리는 건 싫어서, 병뚜껑이나 종이컵 등으로 가둬둔다. 일종의 놀이기도 하고. 그러다 노린재가 뒤집혔는데, 등이 넓고 둥근 방패 같아서 홀로 일어서지 못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앞, 중간 네 다리는 짧아 땅에 안 닿고, 뒤 두 다리는 비교적 길어 땅에 닿긴 닿는데, 일어서기엔 역부족이다(카프카의 '변신' 소설에서 아침에 침대 위에서 벌레로 변한 자기 모습을 보고 놀라서 일어설 수도, 걸을 수도 없는 장면이 생..
어제 저녁,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집 앞 인도에 볍씨들이 늘어져 있다. 매년 이맘 때 쯤이면 쌀농사꾼들은 적당히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 볍씨를 말리기 바쁘다. 넓은 공간이면 상관 없는데, 인도를 차지하고 있으니 개념 없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집에 도착해서 난 엄마에게 따지듯 묻는다. 집 앞 도로에 누가 저렇게 해놓은 거냐고, 엄마는, 누구긴 누구야, 니네 아빠지,라며 신경질적으로 답한다. 엄마는 전에 일하던 일터로 돈을 받으러 갔다가 못 받고 오셔서 화까지 나있다. 게다가 아빠의 행동도 이해가 안 가니 화풀이 표적이 된 것이다. 오늘 아침 일어나 나는 소설책을 필사한다고 다락방에 올라간다. 내 방은 이상하게도 드러눕게 돼서 다락방에 올라가기로 한 것이다. 걸레를 빨아서 책상, 의자, 창틀을..
01 요즘 나는 정말 책을 좋아하는 건지, 좋아하는 '척'을 하는 건지 헷갈린다. 좋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아닌 건데, 뭐가 그리 어려운지. 02 나는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글쓰기를 질색했다. 지금도 질색하지만 그 전보단 덜하다. 책을 읽다보니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고, 이런 저런 코멘트를 듣다 보니 잘 쓰고 싶고. 그래서 조금은 글쓰기에 관심이 생긴 것 같은데. 이게 '진짜' 좋아하는 건지, 남들이 나를 근사하게 평가해주니 좋은 건지. 타인의 시선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데, 의문이 있다. 나를 평가해주는 사람들 없다면,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혼자해도 즐거운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런 게 존재하기는 할까. 내가 글을 좋아하는데, 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즐거워야 하는 건가? 혼란스럽다...
우리집 똥개인데요. 얘는 저만 보면 드러누워요. 우리 집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 배를 만져줬더니 아저씨들 온탕에서 모든 걸 다 내려놓은 표정 있죠. 그 표정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만 보면 드러눕는 거에요. 만져달라고. 사실 전 만지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애완견은 안 키워봐서 모르겠고, 똥개들은 커 가면서 냄새도 나고 비 오는 날 아니면 물이 몸에 닿는 날도 없잖아요. 그래도 새끼 때는 어쩔 수 없이 그걸 감수하는 귀여움이 있으니 몇 번 손은 가요. 커 가면서는 그냥 지켜보기만 하죠. 그러니 쟤 입장에서는 얼마나 애가 타겠어요. 맨날 만져주는 것도 아니고, 기약도 없이 어쩌다가 한 번 손이 가니. 보면 매일 반겨주기는 하는데 자기에게 손을 안 대니 끙끙 앓고. 플라토닉 러브도 아니고 말야...
최근 나를 실제로 만나는 사람들은 이전보다 잘 웃고 장난기가 많은 사람으로 알고 있을 것 같다. 나이에 비해 철없는 장난도 많이 걸고, 웃기려 안간힘 쓴다. 그러고 나서, 혼자 있는 시간이 오면 급격히 침울해진다. 인터넷에 쓰는 글들 보면 우울한 느낌이라 호감은 아니다. 주변 사람들은 내게 인터넷과 실제의 모습이 왜 이렇게 다르냐며 한마디들 한다. 나도 모르겠다. 사람들과 있으면 웃어야 할 것 같고, 즐겁게 해주고 싶고, 뭔가를 잊으려는 듯 실없이 웃는다. 어떨 때는 지나치게 솔직한 글을 써서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고백하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는데, 꼭 좋은 것들만 포장해서 보여주는 건 내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좋은 면만을 보여줘서 주변에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