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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저희 집에는 대략 15년 전에 아버지가 중고로 사 오신 피아노가 있습니다. 어린 날 여동생이 피아노 학원을 다녔는데 집에 피아노가 없어서 그 당시 구입한 것입니다. 여동생은 초등학생 때만 다니다가 피아노를 더 이상 배우지 않았고 피아노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원은 보습 학원과 피아노 학원을 함께 운영했습니다. 3층 상가였는데 2층 입구에서 양쪽으로 나뉘는 형태였지요. 2층 건물 전체가 학원이 쓰고 있었습니다. 요즘에야 남자 애들도 피아노를 많이 배우지만 제가 어릴 적엔 피아노 학원 다니는 남자 애들은 많지 않았고, 그나마 다니는 남자 애들은 여성스러운 면이 보였다고 해야 하나.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보습 학원에 등록하기로 한 날, 저는 피아노 학원 쪽에 왠지 모르게 시선..
달리다가 운동 목표량에 닿아서 이어폰을 떼었다 그러자 새 소리가 내 왼쪽 가까운 숲으로부터 들려왔고 나는 어릴 때부터 무슨 새인지 늘 궁금해 했으나 어른이 되어도 알지 못한다 많은 걸 머리에 넣어도 정작 나와 가까운 주변은 알지 못한다 저 별자리는 무엇인지 저 풀 이름은 무엇인지 저 소리는 무슨 새인지 주변에게 물으면 나는 어김 없이 다소 특이한 애가 되어버린다 얼마 전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작은 댁 아저씨 선생님인 건 누구나 다 아는데, 과목이 뭐야 엄마는 답한다 몰라 어느 학교에 있을 걸 어른들은 모른다 오래된 주변이어도 직위와 배경만 알 뿐 사랑을 두지 않는다 그저 떠나가지 않을 정도의 끊어질 듯 말듯한 거미줄 같은 걸 걸쳐 놓는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색을 나는 모른다 엄마는 엄마라 부르고 아빠는 ..
요즘 꽤 안 어울리는 짓을 하고 있다. 매일 할 일들의 계획을 짜서 실천하기 전까지는 잠을 자지 않는 거. 나는 꽤 즉흥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해서 계획에 거리감을 느껴왔고, 무언가에 열중할 땐 엄청 몰입하다가, 게을러질 때는 끝도 없이 게을러지는 패턴이었다. 뭐. 예술가들이나 발명가, 철학자, 사상가들 중에 이런 삶의 패턴 안에서 천재가 나오기도 하지만, 나는 이미 꽤 성숙했기에 아닌 게 분명하므로 삶의 태도를 수정하기로 했다. 확실히 계획을 하니 해내기 전까지는 잡생각을 하거나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불안감이 생성된다. 이걸 안 지키면 자괴감이 쩔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근데, 문제가 생겼다. 나는 평소 밍기적거리며 맘 가는 대로 행동하며 잡생각을 하면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글 쓰는 걸 ..
뜨거울 수도 차가울 수도 없는 봄. 계절은 봄, 내 삶은 겨울. 돌이켜보면 봄, 눈 앞은 겨울. 겨울은 결국 잊혀진대. 당장은 겨울이지만 봄이 마음에 남을 것 같아. 사람은 대개 안 좋은 것에 더 집중하지만 시간 지나면 좋은 것만 기억하려 하거든. 그래서 슬픔조차도 시간 지나면 풍화되어서, 아무렇지 않아져서 그 자체가 더 슬퍼지는 거야. 뜨거운 커피를 먹다가 등에 열이 올라서 차가운 커피를 생각했어. 그러니까 또 배가 슬슬 아플 것 같더라. 그게 환절기 같아. 슬픔과 기쁨의 환절기. 어떤 걸 선택해도 조금씩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환절기. 사랑의 환절기, 삶의 환절기. 너는 뜨거울래? 차가울래? 아니면 나처럼 가만히 있을래?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줘라. 목적 있는 관계는 서로를 관리하려 하기 때문에..
사주 말고, 당사주라고 있길래 뭔가 해서 찾아봤다. 사주보다는 간단한 사주란다. 당나라 때부터 내려온 뭐 그런 거겠지. 12간지와 10가지 그걸 뭐라고 하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이거. 무료 당사주 검색해서 어떤 사이트가 나오길래, 보려고 했더니 회원가입하란다. 그래서 그냥 구글 검색했더니 당사주 보는 법 나오길래, 따라해 봄. 따라하기 어려울 수 있음. 나는 사주를 조금 볼 수 있어서. 하여튼 생년월일과 어떤 방식으로 순번대로 찾아나서면 천간성이니, 천문성이니, 여러가지 성(星)들이 나온다. 그걸 바탕으로 해설들이 있다. 생, 월, 일, 시에 해당하는 각자의 성(星)들이 있을 것이니, 총 4개의 성이 있는 거겠지. 생: 천간성, 천강성은 계략, 간사함, 요사함 생년에 천간성이 비쳤으니 지략이 총민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