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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요양소
담뱃갑 안의 담배 같은 아파트와 계산된 풍경들, 컨베이어 벨트 위 줄줄이 포장되어 가는 라면 같은 도로 위 차들.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 옆 차를 흘겨보며 거친 입모양을 창조해내는 사람들. 이 좋은 주말의 봄, 아침부터 왜 그토록 스트레스를 생산해내는 걸까. 1년 만에 지긋지긋한 서울로 나섰다. 엄마는 나와 다른 것을 본다. "개나리가 활짝 피었네. 울 집은 아직 겨울인데. 흐흐." "그러게. 그리 멀지도 않은데. 우린 개나리 한 개도 안 피었잖아." 엄마 덕에 다른 것을 보게 되었다. 동맥경화 같은 풍경을 보고 있자니 지끈지끈했던 터였다. "저기 봐. 청둥오리다." 나는 늘 작은 것에 집중한다. 목적 없이 동물을 바라보는 건 언제나 기쁜 일이다. · 더러운 물에서도 그러려니 살고 있다.· 한 마리가 가..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는 건 그것이 머리에만 있기 때문이다. 관념적으로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골방에서 고전만 읽으며 현실을 외면하는 존재처럼. 정말 자신을 제대로 여여하게 진여하게 바라본다면 행동이 바뀐다. 정치인이 나쁘다. 저건 비상식적이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행동은 하지 않는다. 행동을 해도 어떤 처벌을 받으면 괜한 짓 했다며 후회를 한다. 그것은 자기 그릇에 맞지 않게 자신을 조작한 행동이다. 삶을 제스처처럼 산 것이다. 정치인이, 자본주의가, 나쁘다고 비판을 하는 것. 그것을 연극과 영화 보듯 관조한 것이다. 그리 슬펐던 영화도 시간 지나면 눈물이 나지 않는다. 그게 제스처다. 정말 자신의 그릇을 제대로 보고, 실천해서 피해를 본들, 무슨 상관이랴. 내 마음이 원하는 것에 충실..
나는 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그 혼란의 점들 중에서도 하나를 잇는 선은 무얼까, 어제와 오늘 나만의 화두였다. 새벽 내내 잠도 자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했다. 새벽의 별도 바라보지 않고 그저 반짝이는 소리로만 들었다. 나의 마음이 우주라면 나는 왜 태어났을까, 내게 주어진 특성은 무엇일까, 아무리 타인에게 묻는 들 나를 나만큼 고민한 사람은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나는 늘 나를 고민한다. 어릴 때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성공을 부러워했다. 아직 젊지만 그래도 어릴 때보다 시야가 넓어지니까, 이젠 자기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 가장 부럽다. 자기 삶에 만족한다는 건, 3자의 시선이 아니다. 부자임에도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가 있고, 볼품없는 것 같아도 신나서 사는 사람이 있다. 이 비밀..
를 읽고 나서, 아니 읽는 도중에 내 방 안에 있던 필요 없어진 물건들을 한 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10년 가까이 된 핸드폰들, 재작년에 구입한 크리스마스 카드, 전 여친이 사준 괴로움으로 도배된 다이어리, 무엇 하나 규칙적으로 하지 못해 2일 분 남은 약봉지들, 작년 펌 했을 때 구입했던 왁스, 인터넷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해 사은품으로 딸려 온 큐브, 책을 집착해 띠지마저도 버리지 못하는 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모은 것들을 버리려 분류를 하기 시작했다. "옛날 핸드폰이네. 이거 왜 버려. 나중에 가게 차리거나 하면 좋잖아." 엄마는 내게 말했다. "아니야. 버릴 거야." 나는 매몰차게 말했다. "이거 좋다니까. 나중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필요할지도 모르잖아." 엄마는 다시 한 번 나를 설득했다. "아니..
명상을 8일째 해오고 있다. 처음엔 5분도 안돼서 눈을 뜨고 괜히 코가 간지러워 자세를 유지 못하고 긁어댔다. 지금은 60분 남짓 눈 감고 앉아있다. 그걸 왜 하느냐고 하지만, 나도 모르겠다. 티벳 불교에 관한 책을 읽고 직접적으로 하게 되었다. 사실, 명상은 그 전부터 관심이 있었지만, 행동으로 이어질 만큼의 정도는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물도 명상을 매일 아침 했었다길래 호기심은 갔지만,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명쾌한 해답을 외부에서 찾을 수 없었다. 외부가 아닌 내부가 말하는 것을 들으라고. 이것이 다였다. 난 그 당시 나름 내가 원하는 가치관을 확립해나가고 있었기에 별로 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티벳 불교에 관한 팟캐스트를 듣고 관련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절실해졌다. 처음엔 ..
지인 결혼식이었다. 걸음걸이부터 자신감으로 가득해 보였던 S와의 대화 일부분이다. "넌 왜 결혼식 잘 안 다니냐?" "거기 가서 초라하게 만들어지는 내가 싫어. 다 각자의 경험이 다른데 사회적 잣대 하나로 자기 경험이 위인 척하는 초라한 사람들을 굳이 설득하고 싶지 않아." "왜?" "조지 오웰처럼 밑바닥의 삶을 소설로 쓰고 싶어. 내가 그런 모임에 가서 요즘 뭐하느냐고 물었을 때 떳떳이 말해도 왜 저렇게 사느냐는 반응이 시선이 너무 싫어. 내가 아무리 설명한 들 그들은 자기들이 듣고 싶은 정답을 이미 정해놓았으니까." "너 전에 광고할 때 상도 받고 그랬잖아. 서울에서 회사 다니면서 쓸 수도 있잖아." "야근이 당연한 그런 환경에선 집에 오면 쓰러지기 급급하더라. 글 쓸 시간도 없어. 너도 그렇잖아. ..